올해 신기술실용화촉진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세화이엘씨의 박종오 대표이사는 사내에서 '기술 경영 전도사'로 통한다.

중소기업이지만 기술개발을 등한시해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더군다나 세화이엘씨처럼 배전반,전기공사 등 전기ㆍ정보통신 업종에 속한 회사라면 연구개발(R&D) 역량이 곧 미래 생존의 핵심 키(key)일 수밖에 없다.

이런 철학 때문일까. 박 대표는 기업의 최우선 목표를 기술개발에 두고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R&D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이 결과 세화이엘씨는 국내 배전반 분야에서는 최고의 반열에 올라섰다.

박 대표의 기술 중시 경영의 대표적인 성과물은 현재 세화이엘씨의 대표 브랜드인 '붐 배전반'을 들 수 있다. '붐 배전반'은 세화이엘씨가 3년여간의 노력 끝에 개발에 성공한 제품.이 제품은 시장에서 기존 배전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아이디어 상품이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배전반은 외부 고전압의 전기를 빌딩 공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저전압으로 바꿔주는 장치로 덩치가 크고 배선 설비가 복잡해 주로 건물 지하나 옥외에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화이엘씨가 내놓은 붐 배전반은 배선을 상부로 연결하는 형태가 아닌 수평으로 잇는 방식을 적용해 기존 제품에 비해 높이를 대폭 줄였다. 또 배전반의 배치를 종전 일자(―)형에서 디귿자(ㄷ) 형태로 설계해 좁은 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하실이나 옥외가 아닌 1층 이상의 실내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성능도 강화했다. 터치스크린과 PDA(UMPC)를 배전반에 장착해 누구나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든 것.

아울러 디자인 차별화도 시도했다. 박 대표는 사내 연구진에 각각의 빌딩과 공장에 맞춤식으로 배전반을 설치할 수 있도록 5가지 형태로 규격을 표준화하고 용도에 따른 배전반 유형도 60가지로 세분화할 것을 주문했다. 종전까지 고객의 주문을 받은 뒤 설치공간 형태에 맞춰 제작하던 방식을 바꿔 배전반을 TV나 가전제품처럼 완제품 형태로 팔 수 있게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세화이엘씨의 붐 배전반은 '굿디자인(Good Design) 인증','신제품 인증(NEP)',전기안전공사 V-Check 인증 등을 대거 획득했다. 특허 4건,실용신안 1건,의장특허 3건을 취득하는 등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외부에서의 주문도 쏟아졌다. KT 산하 각 전화국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이 제품이 설치됐다. 해외 수주도 잇따랐다. 올해 하반기에 몽골과 네팔에 약 23억원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박 대표는 "붐 배전반 개발을 위해 전 임직원이 연구원이라는 마음자세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붐 배전반에 만족하지 않고 제2,제3의 히트 상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기술 중시 경영은 세화이엘씨를 배전반뿐 아니라 전기공사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게 하고 있다. 세화이엘씨의 올 시공능력 평가액은 163억원으로 국내 1만여개 전기통신 설비업체 중 186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현대정보기술이 발주한 110억원 규모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공사에 이어 KT의 목동 ICC센터 전기공사도 수주하는 등 굵직한 공사를 따냈다. 또 시설관리 분야에서도 전국의 주요 정보통신설비와 항만전력설비,터널관리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박 대표는 "세화이엘씨의 가장 큰 강점은 제조(배전반)―전기통신공사―시설관리 등 3개 사업부 매출이 균형있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전기설비 분야의 대표적 장수 기업을 목표로 더욱 더 기술개발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