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인 브루킹스硏ㆍ미국진보센터 주목 … 이매뉴얼ㆍ수전 라이스ㆍ엑슬로드 등 핵심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시카고 사단이 뜨고 있다. 또 보수적인 헤리티지재단이 저무는 대신 진보적인 브루킹스연구소와 미국진보센터가 주목받고 있다.

5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오바마 당선인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 출신 인맥들의 백악관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선 차기 행정부의 조각 구상 등 미래 청사진을 준비할 백악관 비서실장에 일리노이 출신의 램 이매뉴얼 하원의원이 급부상하고 있다. 당선인의 옆 동네 출신인 그는 현재 원내 서열 4위 인물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행정 경험도 갖추고 있다.

오바마 진영의 정권인수위팀을 이끌고 있는 존 포데스타도 시카고 태생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집권 2기에 마지막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베테랑이다. 워싱턴의 진보적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의 소장을 맡고 있다. 역시 인수팀에 참여하고 있는 발레리 재럿은 스탠퍼드대를 나와 시카고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이자 사업가다. 재럿은 1990년대 시카고 시장의 부실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오바마의 약혼녀였던 미셸 로빈슨(지금의 미셸 오바마)을 시장 보좌역으로 채용했던 인연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시 거취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인물은 단연 데이비드 엑슬로드다. 당선인의 오른팔 격인 엑슬로드는 뉴욕 태생이지만 시카고대를 나왔다. 이후 시카고를 기반으로 컨설팅 회사에서 활동하면서 2004년 오바마의 상원의원 선거를 도왔다. 2007년 1월부터는 오바마 대선 경선의 핵심 선거전략가로 활동해왔다. 그는 특히 인터넷 선거운동에 주력,30대 이하 유권자들로 지지 기반을 넓히고 개미군단 유권자들의 십시일반식 선거자금 기부를 이끌어내 오바마의 경선 승리와 본선 우위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시카고 군단과 함께 8년 만에 민주당 싱크탱크 시대가 다시 개막됐다. 워싱턴에 소재한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와 더불어 CAP의 역할이 주목된다.

브루킹스는 대선 과정에서 '44대 미 대통령이 직면한 10대 과제'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오바마 행정부가 맡아 해결해야 할 문제 등 국정운영 방향을 미리 제시한 바 있다. 오바마 후보의 외교안보정책 참모인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와 동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며 중국팀장을 겸한 제프 베이더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북핵문제 전문가인 리처드 C.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연구실장 등의 거취가 관심이다.

흑인 여성으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 대비시켜 제2의 라이스로 불리는 라이스 전 차관보는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이나 유엔대표부 대사 등의 자리에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라이스가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더 전 차관보도 동아태 차관보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CAP도 브루킹스연구소와 더불어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연구소에 맞설 대항마다. CAP는 대선 직후 오바마 정부가 추진할 정책의 방향을 담은 '미국의 변화-진보적인 청사진'이라는 방대한 보고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CAP에 소속된 핵심 인사들의 활약이 벌써 눈에 띈다. 오바마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장으로 내정된 인물이 다름 아닌 CAP의 존 포데스타 소장이다. CAP의 흑인 여성 부소장인 카산드라 버츠도 오바마 정권 인수팀의 인사를 담당하고 있다. 버츠는 하버드 법대 대학원에서 오바마와 절친한 사이였고 경선 당시 오바마의 국내 정책을 총괄한 것으로 유명하다. CAP의 선임연구원인 톰 대슐 전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유력하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