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시스템의 변화에 대한 기대와 과거 미 대선이 치러졌던 11월에 증시 흐름이 좋았던 데 따른 기대로 분석된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주가가 지난달 저점에 비해 단기간에 30% 가까이 급등한 데 따른 불안감도 적지 않아 조정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5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210대로 치솟았다가 28.15포인트(2.44%) 오른 1181.50에 장을 마쳐 5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코스피지수는 한·미 간 통화 스와프(맞교환) 협정이 체결된 것을 계기로 지난달 27일보다 235포인트(24.8%) 급등했다. 10월27일 장중 저점과 비교하면 289포인트(32.4%)나 오른 셈이다. 10월에 주가가 사상 최대 낙폭을 보인 데 대한 반작용으로 'V자형' 급반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미 대선 이후 새로운 리더십으로 추가적인 경제위기 극복 대책들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11월 증시에 대한 희망도 가세하고 있다.

실제 과거 11월 증시는 대체로 순항했다. 솔로몬투자증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7년까지 18년간 11월 코스피지수 평균 수익률은 3.19%로 월평균 수익률(0.52%)보다 6배 이상 높았다. 월별 수익률에서도 11월은 1월의 3.62%에 이어 두 번째로 좋았다.

미국에서도 11월 주가 강세 현상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1952년 이후 지난해까지 11월 다우지수의 평균 수익률은 1.60%로 월평균 수익률(0.63%)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올해처럼 대통령 선거가 포함된 해의 11월 다우지수는 평균 2.08%나 상승했다. 이 같은 미국과 국내 증시의 11월 강세에 대해 김중원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 증시가 배당수익을 노린 투자 효과에다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한 것이 국내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관들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펀드 성과를 좋게 하려고 현금을 줄이고 주식을 채우는 '윈도드레싱' 효과로 주가가 오르는 현상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 대선 이후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 국가들의 각종 시장 활성화 대책이 코스피지수를 300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린 원동력"이라며 "정책효과는 있겠지만 주가에는 이미 상당부분 반영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바마 당선의 효과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고려할 때 제한적으로 보여 상승세가 이번 주 유럽 금리 인하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학주 센터장도 "국내 내부의 부실 요인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미분양 아파트누적에 따른 건설사 리스크와 이에 따른 금융업체 타격 등으로 경기 침체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주가가 이미 상당부분 올라온 상황이어서 특별한 호재가 나오지 않는 한 1200선을 넘으면 주식을 팔려는 욕구가 커질 것"이라며 "국내외 경제지표가 기대만큼 좋지 않을 경우 큰 폭으로 출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7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추가 금리 인하 여부와 미 10월 실업률 등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중원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오바마의 경제 공약을 보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은 자동차 섬유 등의 대미 수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통적으로 달러화 강세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수출 기업의 대외 가격경쟁력은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제약을 포함한 바이오,정보기술(IT) 등은 오바마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또 북·미 직접대화 활성화로 남북경협 관련주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