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5일 국내 금융시장도 `축포'를 터뜨렸다.

주가는 전날보다 28포인트 이상 급등했으며 환율은 22원 급락했다.

오바마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미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 위기 해결도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그러나 미국발 훈풍이 지속될지는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보호무역주의자로 분류되는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의 통상압력이 커지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어 우리 경제에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바마 당선에 금융시장 화색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8.15포인트(2.44%) 급등한 1,181.50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 지수는 오전 중 한때 1,200선에 복귀했으나 장 후반 개인 투자자들이 차익 매물을 쏟아내면서 상승 폭이 크게 줄어 1,200선 안착에는 실패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00원 급락한 1,26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국내외 증시가 상승하면서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약화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외국인이 이날 600억원 이상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주가와 원화 강세를 주도했다.

외화 조달 여건도 개선되는 추세다.

2014년 만기 외평기금채권의 가산금리는 4일 기준 전날보다 0.06%포인트 떨어지며 4.74%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달 27일의 7.91%보다는 크게 낮아졌다.

2013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도 0.02%포인트 떨어진 4.64%였다.

그러나 2016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는 0.20%포인트 오르며 5.02%를 나타냈다.

정부 발행 5년 만기 외화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4일 0.56%포인트 떨어지며 2.52%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달 27일의 6.99%에 비하면 거의 3분의 1 수준이다.

은행들이 발행하는 5년 만기 외화채권의 CDS 프리미엄도 3%대로 내려왔다.

◇통상마찰 등 '역풍' 우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새로운 경제 정책으로 경제살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반영된 것 같다"며 "미국의 금융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한국의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신금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민주당 집권으로 경제 안정 시나리오가 공격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커 금융시장도 점차 안정될 것"이라며 "여기에 우리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200∼1,300원에서 안정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다만 실물경제가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울 것으로 예측돼 증시는 제자리걸음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솔로몬투자증권 임노중 연구원은 "오바마의 대외정책은 미국 산업과 근로자들의 일자리 보호에 중점을 둔 만큼 교역상대국에 상호주의 원칙에 기반을 둔 자유무역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커지고 한미 FTA 비준도 어려워져 가뜩 어려운 국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이날 `오바마 당선의 의미와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의 통상 질서가 급격히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앞으로 한·미 간 통상마찰이 급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태근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라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현 글로벌 위기 문제 해결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 상승 원인"이라며 "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기대감일 뿐 향후 미국의 정책방향에 따라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