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기록을 쏟아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아시아에서 성장한 첫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오바마 당선인은 하와이에서 태어났지만 유년 시절 4년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냈다.

이 때문에 오바마가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아시아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를 중시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가 벌써 아시아권에서 나오고 있다.

오바마는 6세 때인 1967년 어머니 앤 던햄(당시 24세)이 인도네시아 대학생 롤로 수토로와 재혼하면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이주, 10세가 되던 1971년까지 살았다.

오바마는 자카르타에서 1968년부터 1971년 초까지 아시시 초등학교를 다녔고, 3학년 때 국립 제1 멘뗑 초등학교로 전학해 4학년까지 마치고 하와이로 돌아갔다.

그가 유년시절을 보낸 멘뗑 지역은 인도네시아의 유력 인사들이 많이 거주하는 자카르타 부촌 중 하나이다.

오바마가 재학할 당시에는 버수끼 초등학교라 불렸던 멘뗑 초등학교는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인 1934년 네덜란드 관리들과 인도네시아 귀족 자녀를 위해 설립된 학교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자녀와 손자들 가운데 일부도 이 학교에 다녔다.

오바마는 후보 시절 아시아 배경을 언급하는데 조심스러웠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있는 급진 이슬람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등의 뜬소문으로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그렸다.

어떻게 6개월도 안 돼 인도네시아의 언어와 풍습을 배울 수 있었는지, 그리고 농부의 아이들과 하인 등과 어떻게 친구가 됐는지 등을 자세히 적었다.

그는 "병아리를 쫓아다니고 물소와 함께 달리는 등 신나는 모험과 신비스러운 일이 쉴새 없이 계속됐던 즐거운 때로 기억한다"라고 썼다.

오바마의 이런 경험은 미국과 아시아 간 관계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바마의 참모인 수전 라이스는 최근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와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21세기 미국의 안보가 아시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과 그동안 중동 일변도였던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부작용이 많다는 점을 알고 있다.

"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이슬람 국가에서 살았던 경험을 들면서 "이슬람교도와 화해하는 것이 가능하다"라며 전 세계 이슬람 지도자들과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랄프 코사 태평양포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AP통신에 동남아시아인들은 오바마를 자신들의 일원이라고 생각하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바마가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미국 대통령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것이기 때문에 아시아인들은 오바마가 자신들을 최우선 순위에 두지 않는 데 대해 오히려 더 크게 실망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