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나흘째 상승하면서 매수세가 중소형주에 몰리고 있다. 지난달 증시 급락으로 낙폭 과대인 대형주들이 순환매를 통해 주가를 먼저 회복하자 뒤이어 중소형주가 순환매 대상으로 떠올랐다.

4일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시가총액 상위 100위)는 1.9% 상승한 데 비해 중형주(101∼300위)와 소형주(301위 미만)는 각각 4.31%와 2.34% 올랐다. 이로써 중소형주는 사흘째 대형주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코스피지수가 900대에서 탈출할 땐 대형주가 상승을 주도했지만 이후엔 중소형주의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사흘 연속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돈 것도 중소형주에 순환매가 몰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반등이 시작될 때 외국인들의 숏커버링(빌려 판 주식을 갚기 위해 되사는 것) 등으로 힘을 냈던 조선 기계 철강 등 낙폭과대 대형주가 추가로 시장을 강력하게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낙폭이 컸던 중소형주에서 '수익률 만회 게임'이 이어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 장세는 특정 업종이나 종목이 장을 주도하면서 매기가 시장전반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라 순환매라는 말 그대로 매수세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형주에 비해 주가가 싸다는 점도 낙폭이 큰 중소형주에 쉽게 매수세가 붙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중소형주 중에선 KISCO홀딩스 금호석유 쌍용차 엔씨소프트 영원무역 유진투자증권 일양약품 한국제지 GBS S&T모터스 등이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특히 LS네트웍스 일진홀딩스 쌍용양회 아세아시멘트 케이씨오에너지 후성 등은 나흘 연속 강한 반등을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은행주(9.35%)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건설주(8.15%) 중에서도 중소형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경남기업 계룡건설 고려개발 남광토건 동부건설 두산건설 벽산건설 성원건설 코오롱건설 풍림산업 한라건설 삼호개발 성지건설 중앙건설 등 14개 중소형 건설주가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소형주의 상승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 지배적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소형주는 대형주에 비해 신용경색 위험에 취약하고 키코(KIKO·통화옵션파생상품) 손실도 심한 것으로 우려돼 지난달 급락장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며 "최근 반등 국면에서 대형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높은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시장이 좀더 안정돼야 중소형주 가운데 가치주가 본격적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