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26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지난달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실적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는 등 암울한 지표가 발표되면서 국제유가도 수요부진 전망의 영향을 받아 하락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주말 종가보다 3.90달러(5.8%) 떨어진 배럴당 63.91달러에 거래를 마쳐 배럴당 65달러 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12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4.14달러(6.3%) 떨어진 배럴당 61.18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에는 무엇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제조업 경기지표가 최대의 악재였다.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10월 제조업 업황지수가 38.9를 기록해 지난 1982년 9월 이후 2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가 40선 아래로 떨어지면 경기상황이 이례적으로 악화됐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미국 포드 자동차가 지난달 미국내 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 30%나 감소했다고 발표하는 등 자동차 업체들의 월간 판매실적이 대부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점도 향후 석유 수요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시카고 소재 앨러론 트레이딩의 수석 트레이더인 필 플라인은 "도처에 부정적인 경제뉴스뿐"이라면서 "제조업 지수도 향후 석유 수요에 좋지 않은 징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에너지부의 발표를 앞두고 블룸버그가 조사한 결과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가 70만배럴 증가, 6주 연속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의 약세를 부추겼다.

또 중국의 정유업체가 수요 부진으로 정유처리량을 줄였다는 발표와 한국의 지난달 원유 수입량이 1.4% 감소했다는 소식도 수요 부진전망을 확산시켰다.

게다가 전세계 에너지 소비의 17%를 차지하는 유럽연합(EU) 경제가 올해 침체에 진입했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지난달 하루 평균 생산량이 3천218만배럴로 9월보다 7만배럴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유가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10월 한 달간 WTI는 32.6%나 하락해 1983년 NYMEX에서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월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 7월 11일 배럴당 147달러를 넘는 사상 최고치보다는 54%나 추락했다.

한편 그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금값은 이제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상승했다.

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값은 전 주말 종가보다 8.60달러(1.2%) 오른 온스당 726.80달러로 마감됐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