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어오니 악수하기 두려워요
겨울철 수족냉증 '레이노 현상'

가을단풍이 한창이지만 서울 이태원동에 사는 이씨(26ㆍ여)는 뚝 떨어진 기온으로 손발이 얼음장 같다. 병원을 찾았더니 '레이노 현상'이라는 진단이 나와 마음이 울적하다.

이 질환은 주로 추위에 손발이 노출돼 말초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순환이 원활치 않아 생긴다. 손의 색깔은 처음에는 창백했다가 파랗게 변하고 다시 붉어지면서 얼룩덜룩해지는 3단계를 거쳐 변화한다. 평상시 자주 손발이 붓고 감각이 떨어지며 저린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할 경우 타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추위 외에 심리적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을 경우,또는 전기톱 등 진동이 심한 중장비를 다룰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색깔이 심하게 변한 손이 남에게 보여지길 꺼려하고,악수할 때 찬 손 때문에 상대방이 깜짝 놀라는데 민망해하며,손발이 시려서 잠을 들 수 없는 등의 고통을 호소한다.

레이노 현상은 특수검사 없이도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손 색깔 변화로 알아챌 수 있고 얼음물에 손을 담가 레이노 현상을 유도함으로써 확인한다. 최근엔 환자들이 디지털 카메라나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어와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이 질환은 전체 인구의 4∼15%에서 나타나며 크게 뚜렷한 원인질환이 없는 1차성(원발성)과 다른 질병에 의해 나타나는 2차성(속발성)으로 나뉜다. 2차성은 주로 전신성 경화증(공피증 또는 경피증),루푸스,류머티즘 관절염 등이 원인질환이다. 보통 레이노 현상 환자의 80%가량은 류머티즘 질환으로 이행하지 않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으나 2차성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것은 향후 질병의 경과를 예측하는 데 중요하다.

이를 위해 혈액검사로 항핵항체(세포 속 핵내 물질에 대한 자가항체)나 류머티즘인자와 같은 자가항체를 파악하고 생화학 검사,손톱모세혈관 현미경 검사 등을 병행하기도 한다. 특히 항핵항체가 양성이면 전신 류머티즘 질환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20∼30%이며,음성이면 7% 정도로 낮다. 연령별로는 1차성의 경우 전형적으로 15∼25세에 발병하며,25세 이후에 증상이 시작된 건 2차성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나이 들어 갑자기 발작적으로 심한 레이노 현상이 나타나고 항핵항체가 양성이며 관절이 뻣뻣하고 아프거나 피부가 딱딱해지는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류머티즘이 원인 질환인지 의심해봐야 한다.

레이노 현상의 치료는 혈관경련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장갑과 양말,적절한 피복과 편안한 신발로 손발을 보온하고 손을 씻거나 설거지 등을 할 때 따뜻한 물을 사용토록 한다. 흡연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하고 가급적 외부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거하고 혈관을 수축시킬 수 있는 약물을 피해야 한다. 2차성인 경우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서 혈관확장제,혈액응고억제제,혈액순환개선제 등을 투여해 레이노 현상의 증상을 완화한다. 최근엔 혈관확장 작용이 있는 일부 발기부전치료제도 사용되고 있다.

/이혜순 한양대 구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