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이면 탤런트 고(故) 최진실이 사망한 지 한 달이 된다.

그의 죽음 후 상당수 한국인은 한동안 상실감에 시달렸고, 모방 자살도 이어졌다.

또 뿌리가 뽑히지 않을 것 같았던 '악플(악의적 댓글)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등 고인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남겼다.

◇한국인의 상실감은 컸다
고인은 국내 연예인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였다.

20년간 연예계에서 활동하면서 최진실은 중장년층에게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이었고, 젊은이에게는 옆집 누나였고 이모였다.

고인은 특히 이혼의 아픔 등을 딛고 오뚝이처럼 재기에 성공하면서 좌절에 빠진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최진실의 삶을 바라보면서 교훈과 에너지를 얻었다.

이런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이었다.

시민들은 한동안 잘 아는 친지가 사망한 듯한 상실감에 시달려야 했다.

고인을 추모하며 생전의 활동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들도 연이어 전파를 탔다.

고인의 출연작이 많은 MBC에서는 'MBC 스페셜-시대의 연인 최진실', '시사매거진 2580' 등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했다.

Q채널은 최진실의 자살 배경으로 거론된 우울증에 대한 프로그램을 내보냈고, OBS경인TV는 추모 다큐멘터리 '별은 내 가슴에'를 방송했다.

가수 겸 작곡가 정의송 씨는 고인을 추모하는 '진실, 꽃이 되신 님아'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고인의 유해가 안치된 경기도 양평 갑산공원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있다.

하루 100여 명 이상의 추모객이 묘소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타까운 베르테르 효과, 우울증에 대한 관심
고인의 죽음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민하던 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굳세고 당찬 이미지였던 최진실마저 죽음을 택한 것을 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이어진 것. 일명 '베르테르 효과'였다.

'제2의 하리수'로 불리던 트랜스젠더 장채원이 3일 자택 화장실에서 목을 맸고, 이로부터 4일 뒤인 7일에는 커밍아웃한 모델 겸 방송인 김지후가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성적소수자로 사회적 편견에 시달렸던 이들은 최진실처럼 목을 매 숨지는 방식으로 세상과 이별했다.

최진실의 죽음을 모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반인의 자살도 잇따랐다.

6일 충북 청원군의 20대 여성이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되는 등 강릉, 군산 등 전국 곳곳에서 목을 매 숨지는 이들의 소식이 전해져 국민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고인이 수년간 앓았다는 우울증, 조울증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우울증으로 목숨을 끊었던 상당수 연예인들에 이어 톱스타였던 최진실까지 고통받았던 우울증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세심하게 살펴보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악플에 대한 자성론
고인은 사망하기 전까지 악플로 심한 고통을 받았다.

자녀에 대한 악플과 사망 직전 유포된 사채설로 엄청나게 힘든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죽음과 함께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악플에 대한 자성론이 크게 일었다.

연예인들은 악플로 고통 당했던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눈물지었고,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는 악플 피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발벗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사이버 모욕죄의 입법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악플의 '근원지'인 온라인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포털 사이트들은 악플의 가능성이 있는 기사들에 대한 댓글 차단 조치를 발빠르게 취하고 있으며, 네티즌 스스로 악플을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칭찬성 댓글인 '선플'을 달자는 운동도 펼쳐졌다.

실제로 고인의 사망 후 고인과 동생 최진영의 홈페이지 등에는 악플이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다른 게시판에도 근거 없는 비방이나 욕설을 담은 글이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고인 관련 루머가 실린 것으로 알려진 증권가 미확인 소식지인 속칭 '찌라시'도 모습을 감추고 있다.

루머를 전파한 메신저도 증권 관련 소식 외의 정보는 좀처럼 퍼 나르지 않는 양상이다.

아울러 고인의 죽음은 사채에 대한 일반인의 경각심도 일깨웠다.

또 고(故) 안재환에 이어 최진실의 죽음에 사채 관련 소문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은 불법 사채 근절을 위해 발벗고 나서기도 했다.

◇유족에게 쏠리는 관심
고인이 사망한 지 한 달이 돼 가면서 고인의 유산과 자녀를 둘러싼 양육권 등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인의 전 남편인 조성민이 자녀에게 남겨진 유산 관리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조성민은 "최진실이 남긴 재산 중 단 한 푼도 내가 관리하거나 사용할 의사가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30일 배포하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여론의 진화에 나서야 했다.

또 고인은 올해 자녀의 성과 본을 자신의 것으로 고쳤다.

가족관계가 과거보다 한층 다양해지는 현시점에서 고인의 죽음과 전 남편 조성민씨를 둘러싼 잇단 잡음은 성 변경, 친권, 양육권 등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외할머니와 삼촌인 최진영 씨와 지내고 있는 고인의 두 아이 중 큰 아이는 최근 학교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인터넷 상에는 고인이 남긴 아이들을 어른들의 다툼과 세간의 불필요한 관심에서 보호하자는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고인의 사망 후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했던 이영자, 엄정화, 최화정 등 '최진실 사단' 동료 연예인들은 슬픔을 가슴에 묻고 최근 외부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고인의 친지 등은 슬픔을 달래며 다음 달 하순으로 예정된 고인의 49재를 준비하고 있다.

49재는 고인의 가족과 고인이 생전에 다녔던 강남중앙침례교회 신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