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반등에 공매도 물량 시장에서 사들여…3일째 순매수
기아車􁽗LG전자 등 관심

증시가 반등하자 외국인이 과거 공매도를 하기 위해 빌렸던 주식을 시장에서 되사서 갚는 '쇼트커버링(재매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매도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이 90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1100선으로 급반등하자 매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가 반등세가 지속될 경우 대차 잔액이 높은 종목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큰 탄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 종목을 눈여겨볼 것을 당부하고 있다.

3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22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29일부터 3일 연속 순매수로 매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국인이 3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인 것은 6월 이후 처음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외국인의 '귀환'은 공매도 주식 상환을 위한 쇼트커버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등을 하기 위해 빌려간 주식 물량을 나타내는 대차 잔량은 정부가 공매도를 금지하기 전인 9월30일 7억6779만주에서 지난 30일엔 5억1353만주로 한 달 사이에 33% 줄었다. 주가가 이 기간에 크게 하락해 금액 기준으로는 51%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차 잔액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4.25%에서 2.76%로 크게 줄었다.

서영호 JP모건 서울지점 전무는 "최근 외국인의 '사자'는 저가 매수세와 단기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측면도 있지만 쇼트커버링 성격이 두드러진다"며 "주가가 급반등하자 한국 정부의 금지 조치 전에 이뤄졌던 공매도에 대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대차 잔량이 급감한 종목은 주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상장 주식 수에 대한 대차 잔량 비중이 9월30일 20%에서 지난 30일 8%로 급감한 한진해운은 이날 크레디트스위스 창구를 통해 33만여주의 매수 주문이 쏟아지며 이틀째 상한가로 치솟았다. 29일 대차 잔량 비중이 22%에서 하루 만에 6% 밑으로 크게 낮아진 KOSEF200은 30일 14.70% 급등하기도 했다. 이도한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대차 잔량 비중이 크게 줄어든 종목들은 쇼트커버링이 일어나며 매수 주문에 따라 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순매수세를 보인 지난 29일부터 이날까지 LG전자를 1000억원 이상 사들인 것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기아차 LG디스플레이 등 대차 잔량 비중이 높은 종목을 위주로 200억원 이상씩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대차 잔량 비중이 높은 종목에 관심을 가지라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주가 반등세가 지속되면 대차 잔량 비중이 높은 종목들에 대해 외국인의 쇼트커버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차 잔량 비중이 높은 종목은 삼성증권 기아차 하이닉스 LG전자 현대산업개발 미래에셋증권 한진해운 GS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