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보다 매혹적인 시인들 김광일 지음.문학세계사

유명 시인 23명의 인터뷰를 담았다. 조선일보 문화부장인 저자는 먼저 '시인은 불편한 존재'라고 말한다. 세상에 대한 사랑이 과도하고,노동생산성이 낮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유일한 사람이며,잠수함에 들어간 토끼 같은 존재들이 시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은 또 가장 빛나는 존재'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이런 시인들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다.

저자가 '언제든지 어느 외진 길거리를 생각하기만 해도 저만치 앞서 걷고 있을 것 같은 사람,그러다 누군가 부르면 외면하지 않고 그때마다 긴 머리를 출렁이며 뒤돌아 보아줄 것 같은 사람'으로 묘사한 강은교 시인.그는 "소리가 터지는 순간,평소 쌓였던 것이 있다가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터지는 때,그게 바로 시가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교사와 음악감상실 DJ로 일하며 연극을 보기 위해 극장 광고지를 돌렸던 최승호 시인은 "시를 안 썼다면 삶의 고통을 어떻게 감내했을 것 같은가?"란 질문에 "그런 어두운 기억들이 나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연꽃도 그렇지만 시에도 캄캄한 뿌리가 필요하다. 나에게 어두운 기름이 많기 때문에 뭘 쓸지 걱정은 안 한다"고 답했다.

고은 시인은 "잘 쓴 시는 두 가지 종류"라고 말했다. "하나는 많이 읽히는 시가 잘 쓴 시요,또 하나는 어딘가 숨어 박힌 시가 잘 쓴 시요. 요즘은 박혀있는 시가 드문데,예를 들어 서정춘이 같은 놈,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서 진국인 놈,보면 아무 매력이 없는데 순금인 놈."

책에 수록된 글들은 7년여 동안 시 전문지 <시인세계>에 연재됐던 인터뷰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