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통화 스와프] 구체적인 조건, 금리 3%내외의 '마이너스통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금리 3%내외의 '마이너스통장'
◆구체적인 조건은 금리 3%내외 '마이너스통장'
통화스와프는 각국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교환하는 거래를 말한다. 이번에 미국과 체결한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는 수시로 필요할 때 인출해 쓸 수 있는 자금이다.
한국은행은 필요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달러를 빌리고 대신 계약환율로 원화를 맡긴다.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는 다시 달러를 돌려주고 원화는 그대로 받게 된다. 통화스와프로 들여온 달러는 기존 외환보유액과 함께 실수요 달러 자금으로 사용된다. 사실상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통화스와프 기간은 내년 4월 말까지다. 통화스와프 금리는 일반적으로 '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와프(OIS·하루짜리 초단기 대출금리)'에 가산금리가 붙는 형태다. 현재 OIS는 연 0.8% 수준이다. 단 통화스와프 금리는 한은이 연준으로부터 달러를 빌릴 당시의 시장환율과 국제금융시장 상황에 따른 외화자금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에 한은과 FRB 간에 체결된 통화스와프 금리는 최근 FRB가 산업은행을 기업어음(CP) 직접 매입대상으로 선정하면서 내건 금리조건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미국 FRB로부터 8억30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받을 때 적용됐던 금리는 3개월물 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와프(0.86%)에 2.00%포인트를 더한 수준이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리 수준에 대해 "FRB와 고정금리에 대한 약속을 하고 여기에 조금 추가되기 때문에 높지는 않다"며 "이 부분에 대해 상호 논의를 통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다른 나라와는 中ㆍ日과 스와프도 탄력 붙을듯
정부는 이번 한ㆍ미 통화스와프를 계기로 중국,일본과의 통화스와프 확대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이 같은 한도 확대를 추진 중이며 이르면 오는 11월 중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전 세계 외환보유액 1,2위 국가라는 점에서 한국이 이들 국가와 통화스와프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면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 해소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30일 "중국,일본과 통화스와프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이들 협상에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과 130억달러,중국과는 4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놓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이들 국가와 기존보다 2배 이상으로 통화스와프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한·미 통화스와프 협상 체결에 대해서는 "이번 체결은 원화와 기축통화 달러화가 스와프됨으로써 외환시장,금융시장 안정에 많은 역할을 하리라 믿고 있다"며 "이번 금융불안은 국제공조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의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도 "미국에 이어 세계 1,2위 외환보유국인 중국,일본과 통화스와프가 확대되면 심리적으로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한ㆍ미 통화스와프 계약으로 한국은 미국의 '달러 우산'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 美는 왜 한국과 선진국끼리 거래만으로는 한계
미국이 한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당초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에 부정적이었다. 한국의 원화가 국제통화가 아닌 데다 한국에 통화스와프의 물꼬를 터줄 경우 다른 개발도상국에서 같은 요청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점,한국의 국가 신용등급(A)이 다른 통화스와프 계약 국가들(AAA)에 비해 낮다는 점 등 때문이다.
미국이 이 같은 입장을 바꾼 것은 한국 등 신흥시장국가들을 빼고는 국제 금융시장 안정이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EU 일본 영국 스위스 캐나다 스웨덴 등 선진국들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후 아이슬란드 파키스탄 등 신흥시장국가들이 잇따라 '국가 부도' 사태를 맞는 등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라앉질 않았다. 이에 따라 '선진국끼리의 통화스와프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자칫하면 신흥시장국가들이 달러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국 국채 등을 대거 처분할 경우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하는 등 미국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만수 장관도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제기하며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국들도 통화스와프 계약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에는 50년 이상의 동맹관계,국제 경제에서 한국의 위상 등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에 따라 이번에 한국을 비롯해 뉴질랜드 멕시코 브라질 싱가포르 등을 새로 통화스와프 대상 국가로 지정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