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부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 LG데이콤ㆍSK브로드밴드, KT에 도전

기존 집전화 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전화로 바꿀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31일부터 실시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일 확정한 번호이동제 도입안이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시행되는 것.인터넷전화는 요금이 기존 집전화에 비해 평균 20~30% 저렴해 번호이동을 하면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인터넷전화가 확산되면 KT가 90% 이상 장악해 온 유선전화 시장의 판도가 바뀌게 된다.


◆시외·국제전화 많은 사용자에 유리

31일부터 스팸 전화로 오인받던 인터넷전화 번호(070-XXX-XXXX) 대신 기존 집전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인터넷전화로 바꿀 수 있다. 인터넷전화는 기존 유선전화보다 기본료가 60% 이상,시외전화 요금은 80% 이상,휴대폰으로 거는 요금은 20% 이상 싸다.

국제전화 요금도 1분당 50원 수준으로 기존 대비 80% 이상 저렴하다. LG데이콤,SK브로드밴드,삼성네트웍스 등 11개 인터넷전화 사업자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번호이동을 신청하면 4~5일 정도 이후부터 저렴한 인터넷전화 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전화기를 바꿀 필요는 없다. 통신업체들이 기존 집전화기에 연결해 사용하는 인터넷 모뎀을 무료(1년 약정시)로 제공해 사용하던 전화기를 그대로 쓸 수 있다. 문자메시지,무선인터넷 등까지 사용하고 싶으면 10만~20만원 정도의 비용을 추가해 별도의 인터넷전화기를 장만해야 한다.

◆요금은 070,편리성은 번호이동

인터넷전화에 가입할 때는 요금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070으로 전화번호를 바꿔 인터넷전화에 가입하면 같은 통신사 가입자끼리 무료로 통화할 수 있지만 집 전화번호 그대로 쓰면서 번호이동을 하면 가입자끼리 통화할 때 3분 38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가족끼리 인터넷전화에 가입해 무료 통화 혜택을 받고 싶으면 집전화를 해지하고 070 인터넷전화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집전화 번호를 꼭 그대로 쓰고 싶을 때는 번호이동을 선택하는 게 좋다.

반면 인터넷전화는 정전시 통화를 할 수 없고 긴급구조 요청을 위해 이사할 때마다 새로운 주소를 사업자에게 반드시 등록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유선전화 시장 판도 변화

번호이동제 도입을 계기로 KT가 90% 이상의 가입자를 독식해 온 유선전화 시장이 격전지로 바뀐다. 저렴한 인터넷전화를 앞세워 LG데이콤,SK브로드밴드,삼성네트웍스 등 후발사업자들이 KT의 아성에 도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LG데이콤,SK브로드밴드 모두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늘려 내년 유선전화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KT도 유선전화와 인터넷전화를 병행하는 전략으로 가입자 2000만명선을 지켜낸다는 전략이다. 가입자를 지키려는 KT와 이를 뺏으려는 후발 간의 격돌이 불가피하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