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中企 지원 등 용도 제한
은행 자구노력 수시로 점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28일 우여곡절 끝에 정부가 은행들의 외화채무에 대해 10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지급보증을 해주는 '국가보증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은행들이 해외로부터 다소나마 수월하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도와줘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기획재정위의 여야 의원들은 금융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지만 정부가 은행들의 빚보증을 서주는 대신 몇 가지 부대조건을 달았다.

먼저 정부가 지급보증한 외화는 실물경제 활성화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이 빌린 외화를 갚거나 외화가 필요한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경우에만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은행들이 정부의 지급 보증을 활용해 더 빚을 내서 M&A(기업 인수ㆍ합병) 등 덩치 키우기에 나서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재정위는 또 정부가 은행들의 경영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자구노력 상황이나 신용도 등을 고려해 보증 수수료율과 보증한도를 차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 경영에 대한 정부의 입김을 강화한 셈이다.

은행 임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를 막는 조항들도 대거 포함됐다. 임직원들의 연봉,스톡옵션 등 보수체계를 합리화하고 주주에 대한 배당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경영합리화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은행이 금융감독원과 맺게 될 양해각서(MOU)를 위반하면 관련자를 문책하고 보증 한도를 축소하는 등의 제재조치도 명문화했다.

특히 만약 정부가 실제로 은행들의 빚을 대신 갚아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구상권 행사 외에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재정위는 또 정부가 은행별 보증규모,운용 현황 및 자구노력 등 MOU 추진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그 결과를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국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했다. 국회는 29일 본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국가보증동의안을 최종 처리할 계획이다.

◆강만수 "진퇴 분명한 삶 살아"

한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의결 직후 "전대미문의 세계경제 불황이긴 하지만 국민들께 심려를 드리고 국회에 지급보증을 요청하게 된 걸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에 대한 야당의 사퇴 요구에 대해 "지금까지 진퇴를 분명히 하는 인생을 살아왔다"면서도 "사랑의 채찍은 사람을 분발하게 만들지만 미움의 매는 사람의 영혼과 육신을 파멸하게 만든다고 배웠다. 앞으로 제가 하는 일에 사랑을 갖고 대승적으로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