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제임스무역 사장 seoulsusan@naver.com>

언제부터인가 아침에 출근해서 노트북을 켜면 인터넷증권사가 가장 먼저 뜬다. 시장의 변동이 심하다 보니 증시를 자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내가 가진 회사의 주가가 폭락할라치면 마음도 삭막해지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가치가 사소하게 여겨진다. 이게 아닌데 싶어도 어쩔 수가 없다.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이 내 의지 밖의 일이지 않는가. 주식 때문에 회사 일에 신경을 덜 쓰게 되니 손해가 이중이다.

그래도 나는 어려운 상황까지는 아니다. 절친한 후배는 오는 12월 예정인 결혼까지 연기했다고 한다. 결혼 준비자금으로 모아놓았던 돈을 펀드에 넣었는데 최근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란다. 펀드를 권했던 오래 알고 지낸 은행원에게 화를 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둘 사이만 서먹해졌다고 한다. 약혼녀와도 크게 다투었단다. 그녀는 처음부터 주식은 위험하다고 했는데 이 후배는 앞서 난 조그만 수익을 뻐기며 반대를 눌렀었다는 것이다.

증시가 폭락하면서 온 나라가 난리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개인들의 부가 줄어들고 있다. 분풀이 상대로 미국이,정부가,투기꾼이 오르내린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는 자신은 어떠냐는 거다.

농부들의 얼굴이 왜 순박하고 편안한지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데서 살아서라고?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농부들의 직업인 농사와 관련이 있다. 논과 밭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땀을 흘린 만큼 수익을 내 주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땅은 어디로 가버리지도 않는다. 농부가 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나. 혹 한 해 농사를 망치더라도 다음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풍요로운 수확을 일궈낸다. 일만 하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얻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편안한 것이다. 열심이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당연한 원리가 통하지 않는다. 자신은 노력했지만 그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혹은 노력도 하지 않고 공으로 먹으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증권이나 부동산투자가 부질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각자 자신이 기대하는 만큼의 이익을 얻기 위해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는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나부터 변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뉴스를 보지 않겠다. 내가 투자한 기업은 망할 회사는 아니니 언젠가는 주가가 제자리를 찾지 않겠나. 내 의지가 통하는,지금 해야 할 일에 몰두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