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요인서 비롯된 달러 유출이 더 큰 문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인하할 때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환율과 물가다. 그 중에서도 지금처럼 외환시장이 불안한 상태에서는 환율 폭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론적으로 금리 인하는 국내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르면서 환율을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를 내린 27일에도 환율은 역시 올랐다. 5거래일 연속 급등이다. 그러나 오른 폭이 크지 않았다. 달러당 20원50전 오르는 데 그쳤다.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질까. 해답은 이성태 한은 총재가 직접 설명했다. "한마디로 지금의 환율은 금리 수준이 외자 유출입에 큰 영향을 주는 상황이 지났다"는 것.우선 주요국들이 기준 금리를 상당폭 내리고 있고 최근 자본의 움직임에는 금리보다 더 큰 다른 요소들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국제 금융에서 전체적으로 유동성이 줄어드는 외부 조건이 더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기준 금리 인하의 영향이 상당히 적다는 얘기다. 금리를 인하하는데 환율에 대한 걱정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8일과 29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FRB가 기준 금리를 1.5%에서 1.0%로 낮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2004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다음 달 6일 기준 금리를 연 3.75%에서 0.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도 "최근의 환율 상승은 금리 문제보다는 달러화 유동성,달러화 유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금리 인하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정부가 환율 오름세를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환율이 오르면서 오히려 외국인들의 자금 회수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데다 수입이나 해외 여행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달러화 유출을 막아 주는 요인이 되고 있어서다.

채권 금리는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있는 만큼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와 회사채 금리가 모두 떨어져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한은이 기준 금리를 내리고 공개시장조작 대상 증권에 은행채 등을 포함시키기로 한 결정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혁수 동부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기준 금리 인하가 시장의 기대 심리를 금리 인하 쪽으로 돌려놓았다"며 "5조~10조원 한도에서 은행채와 특수채를 사들여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조치도 자금시장의 물꼬를 터 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금리 하락세는 한은의 기준 금리 인하폭에 비하면 기대 수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채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지급준비율 인하나 은행의 원화 유동성 비율 완화 등 신용 경색을 풀 수 있는 보다 직접적인 조치를 기대했었다"며 "은행의 유동성 완화 속도를 높이려면 앞으로 이 같은 조치들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