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기가 언제쯤 끝날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금융위기가 상당히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주요국 정부의 노력에도 금융시장 상황이 별로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상황이 더 나빠진 것 같다. 그전까지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환율은 불안했지만 신용경색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근래에 와서는 부분적인 신용경색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시장금리는 일부 올랐다. 경제활동이 둔화되면서 고용도 악화되고 있다. "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내수가 상당히 빨리 둔화되고 있다. 수출은 지금까지 잘됐지만 큰 나라들의 경제가 빨리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계속 잘될 것으로 자신하기 어렵다. 금융시장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중앙은행이 그런 쪽에 관심을 두는 자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

▲한은이 늑장대응했다는 지적이 있다.

"돈을 관리하는 사람(한국은행)은 항상 내가 얼마나 여유를 가졌는지 의식하면서 거기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 나라마다 처한 사정이 조금씩 다르다. 선진국은 주요 은행들이 부실해져서 국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반(半)국유화하는 대응을 했지만 우리나라 은행들은 그 정도 상황은 아니다. "

▲환율이나 물가에 미칠 부작용은.

"국내 기준금리가 많이 내려가도 국제 자본의 움직임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상당폭 내리는 데다 최근 국제자본 움직임은 내외금리차보다 (국제금융시장의 경색에 따른) 자금 회수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 물가 역시 내수가 약하고 원자재값이 내려가고 있어 상승 압력이 많이 줄었다. "

▲금융위기는 언제쯤 끝날까.

"그동안 (위기가 언제쯤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 틀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부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올 건 다 나왔다고 하는데 일부에선 한두 가지 더 남아 있다고 한다. '언제쯤 끝난다'고 말하기 어렵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