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신 보도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외신들이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위기설을 과대 포장하고 있고 이 같은 위기설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정말 한국이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불안심리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는 27일 긴급 외신기자간담회를 열어 우리 경제의 실상과 금융위기 극복 대책을 설명했다.

◆외신들,위기설 과대 포장

"요즘 외신만 보고 있으면 한국은 이미 1997년 외환위기 때로 돌아갔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
정부, 위기說 부풀리는 외신에 적극 대응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외신 보도에 대해 이같이 심경을 토로했다. 우리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일부 우려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위기를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8월 이후 외신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 위기설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우리 경제 상황을 왜곡하고 사실과 다른 통계를 인용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는 데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지난 8월13일자 보도를 들 수 있다. FT는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이전보다 7배 늘었으나 지난 1분기 외채는 4000억달러를 웃돈다. 소비와 고용도 급격히 둔화되고 있으며 가계와 기업부채는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다"며 한국의 위기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FT가 위기설의 근거로 제시한 통계는 대부분 사실과 달랐다.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때의 11배이고,기업의 부채비율도 지난 1분기 92%에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0일자로 보도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WSJ는 당시 기사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은행들은 136%라는 최악의 예대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국내 은행들의 예대율(CD 포함)은 9월 말 기준으로 103.2%에 불과했다. WSJ의 24일자 인터넷판 기사도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없이 작성한 보도였다.

당시 WSJ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새로운 자금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며 대상으로는 멕시코와 브라질 한국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정부는 즉각 "한국은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으며 IMF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반박하고,이어 IMF 측도 "한국을 염두에 두고 (자금 지원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부 뒤늦은 대응도 문제

외신들의 왜곡 보도는 일차적으로 그들의 문제지만 우리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도 충분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 실책으로 꼽힌다. 정부 차원의 국가 IR가 절실했던 때에 그 중요성을 간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이 극도로 불안할 때는 왜곡된 정보가 파괴적인 속도로 유통된다. 정부 주장대로 금융위기를 통제할 만한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를 신속하게,또 충분하게 알림으로써 국내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보다 큰 비중을 뒀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