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900붕괴…연기금 5300억 순매수 막판 뒤집기 성공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전격 인하한 27일 코스피지수가 닷새 만에 '깜짝'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기대라기보다 연기금이 오후에 5000억원 넘게 사들이며 떨어지던 지수를 상승세로 뒤집은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그만큼 지극히 불안한 상승이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해 원·달러 급등세가 진정,외환 사정이 나아졌다는 청신호가 보여야 증시 불안이 가실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변동폭이 70포인트를 넘을 정도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직후 오전 한때 960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6% 이상 급락한 데다 대만 홍콩 중국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도 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가 외환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가시지 않았다.

낮 12시쯤 900선이 무너진 코스피지수는 890선 붕괴 위기에까지 몰렸으나 연기금이 막판 대량 매수에 나서면서 극적으로 반등했다. 연기금은 지난달 11일 이후 최대 규모인 539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로써 지난 20일 이후 6일간 사들인 규모는 1조3700억원을 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위기와 관련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연기금이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가가 상승 반전에 성공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으로 국내 신용경색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주가 반응이 미지근한 것은 글로벌 리스크가 부각된 상황에서 단발적이고 국지적인 정책이 역부족이라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외환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오는 30일 발표될 9월 경상수지가 흑자 전환 내지 적자폭 축소로 나와야 증시 불안이 다소나마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번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와 글로벌 정책 공조 움직임도 시장이 안정을 찾기 위한 선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은 심리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증시의 반등을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신용경색 해소에 이은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계속 시장을 압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위기 상황인 만큼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 증권사 사장은 "금융회사 보유 주식에 대한 시가평가를 현재의 일일평가에서 2년 내지 한시적으로라도 보류해줄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손절매(로스컷)를 막으면서 평가손실에 대한 부담 감소로 새로 주식에 투자해 장기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적립식펀드에 대한 소득공제만으로는 실효성이 약한 만큼 세액공제와 같은 적극적인 펀드 투자 유인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정책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국회의 초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정환/김재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