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봄은 옵니다. 다만 혹독한 겨울을 견딘 사람만이 봄을 제대로 맞을 수 있지요. 지금 같은 혹한기에는 두꺼운 옷도 껴입고 이불도 덮고 몸 성히 살아남는 게 중요합니다. 또 극단적인 비관·낙관론보다 합리적인 낙관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죠."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경제평론가 박경철씨(44)는 27일 "증시를 얼어붙게 만드는 불안심리를 없애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최근 대중 주식투자서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1,2》를 완간한 그는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연신 손사래를 치다 현재의 상황을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은 2%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정상 채권과 불량 채권이 마구 섞여 있다 보니 어떤 게 위험한지 모르는 불안감에서 일이 커진 겁니다. 지금 우리 상황도 그렇죠.한계기업이나 부실기업 한두 곳만 정리하면 시장이 훨씬 투명해질 겁니다. 그런데 어떤 회사가 위험하다라는 소문부터 시작해서 거기에 은행·제2금융권 등이 물려 있을 텐데 누가 물려 있는지 모르니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해 있는 거죠.'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게 시급합니다. "

그는 '살아남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빚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채는 무조건 피해야 합니다. 부채가 없고 순수 자산으로 주식만 갖고 있는 사람은 분산투자를 하고 현금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산의 적정 비율을 주식에 투자해도 됩니다. 자기 상황에 맞게 해야 하는 거죠.절대로 빚내서 주식투자하지 마세요. 저는 신용카드 할부를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차를 살 때도 그렇습니다. 돈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빚은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행위거든요. "

그는 "내가 시장에대해 언급하는것은 의미없는 모래성 쌓기 같은 것"이라며 주식투자서를 펴낸 것도 "주식 투자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사원들이 한 달에 100만~300만원을 벌기 위해 하루종일 얼마나 힘들게 일합니까. 그렇게 벌고 아낀 돈을 투자할 때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뛰어듭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시장의 구조를 모르기 때문에 시장이 가장 좋을 때 뛰어들고 시장이 가장 나쁠 때 빠져 나갑니다. 먼저 시장을 상대해 본 사람으로서 시장의 실체를 알려주고 그래도 들어갈 수 있으면 하라는 게 제 책의 전체 맥락입니다. 그만큼 무모한 투자자가 줄어들기를 바라는 거죠."

그는 책 속에 "근거 없는 자기 과신을 경계하라,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순응하는 법을 배워라" 등 투자자의 마음자세를 주로 언급했다.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 등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의 책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달 초 출간된 1권 '통찰편'은 나오자마자 대형 서점 종합베스트셀러를 휩쓸었고 지난 24일 나온 2권 '분석편'도 예약판매부터 상위권에 올랐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