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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희 칼럼] 드라마 韓流(한류) 부활의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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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희 <수석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대장금 60여개국 수출, 경제효과 3조원

    폭력·갈등아닌신뢰·화합가치구현해야

    TV드라마 '대장금'의 나라 밖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아시아와 유럽을 거쳐 아프리카로 진출 하더니 얼마 전엔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도 수출됐다. 영국에선 네티즌들이 BBC에서 방송해 달라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짐바브웨 방송사 ZBC에선 시청률 70% 기록에 따라 '대장금 에세이 공모전'을 연다고 한다.

    이미 방송된 60여개국은 물론 새로 방송되는 곳마다 한국에 대한 이해는 물론 한국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일 것이다. 한류(韓流) 드라마의 힘이다. 막대한 지원금을 퍼부은 영화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반면 드라마는 '겨울연가' 하나로 2005년까지 1조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일으켰다는 마당이다.

    '대장금'이 일군 유무형의 효과 또한 돈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한류의 물꼬를 튼 건 1997년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방송.이후 드라마 수출은 급증했다. 2002년엔 방송프로그램 무역수지가 사상 첫 흑자를 기록했고,2003년 '겨울 연가' 대박에 필리핀 태국 등 신규 수요까지 창출되면서 한류 열풍은 거세졌다.

    그러나 마냥 계속될 것 같던 한류 붐은 2005년을 정점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지난해 방송프로그램 수출액은 1억6000만 달러를 넘어 2006년보다 10% 늘었지만 증가율은 2005년 72.8%에서 2006년 19.6%,지난해 10%로 급락했다. 드라마 한류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유는 많다. 대만과 중국이 자체 제작 역량을 강화했다는 게 첫째다. 그만큼 우리 드라마를 시큰둥해 한다는 얘기다. '겨울연가' 이후 일본의 반응도 시들하고 다른 동남아 국가의 호응 역시 예전만 못하다. 여기에 편당 제작비는 다락같이 뛰고,디지털 방송에 필요한 HD콘텐츠 제작 인프라는 부족하고,한류 반작용 내지 혐한 분위기를 완화시킬 상대국 프로그램 편성이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그러나 한류를 주춤하게 만드는 건 그런 외부 요인뿐인 것 같지 않다. 배우만 바뀔 뿐 비슷비슷한 내용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 많은 것만 봐도 그렇다. 2003년 사상 최고가에 수출된 '올 인'의 낮은 시청률 이후 대만에선 한류 붐이 꺼졌다고 하거니와 어두운 소재와 폭력성도 한국드라마가 외면받는 요인일지 모른다.

    실제 요즘 드라마는 가족끼리 보기에 민망하고 섬뜩한 것 투성이다. 불륜과 혼외 자녀가 나오지 않는 드라마가 적은 건 그렇다 치고 '에덴의 동쪽'(MBC)과 '타짜'(SBS)의 폭력성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타짜'의 경우 고등학생이 도박판에 드나드는가 하면 쇠파이프와 회칼이 등장하고 비속어가 끊이지 않는다.

    '에덴의 동쪽'은 강제 사산,강간,시위,조폭 등 온갖 자극적 소재에 기업과 언론 정계의 야합이라는 내용까지 버무린다. 두 드라마 모두 인간애는 간 데 없고 복수와 증오,탐욕으로 점철된다. 시청률을 탓하고 스토리 전개에 따른 사실적 표현의 필요성을 들먹일지 모른다. 그러나 '대장금'이 시청자를 사로잡는 건 자극이 아니라 운명을 극복하는 여성의 고단하되 아름다운 여정과 의지,사제 및 동료간 신뢰 같은 가치관의 구현이다.

    전파는 공공재다. 영화와 TV극,특히 지상파 드라마는 같은 잣대로 잴 수 없다. 폭력의 영향력에 대한 연구결과는 다양하지만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폭력을 앞세운 복수를 정당화하는 드라마로 사그라든 한류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문화콘텐츠의 힘은 스밈과 물들임에 있다.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지적은 할리우드 폭력물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문화산업은 고객을 받들며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위선이다. 문화산업은 고객의 반응에 순응한다기보다 이것을 날조한다. 문화산업은 자기자신이 고객인 양 행동함으로써 고객에게 날조된 반응을 연습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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