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늘땐 조용 … 떨어지자 '감놔라 배놔라'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이 돈을 맡긴 기관들의 지나친 간섭과 훈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 농협 수협 금고 등 금융회사와 일반기업들이 자산운용사에 자사 돈을 사모펀드로 굴려달라고 한 뒤 증시 급락으로 손실이 나자 펀드매니저에게 '감놔라 배놔라'식의 지시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주가가 올라 주식투자로 재미를 본 기관들이 사모펀드 투자를 크게 늘렸지만,증시 폭락으로 손실폭이 커지자 전전긍긍하며 펀드매니저에 대한 간섭을 노골화하고 있다. 금융회사 자금으로 만든 300억원짜리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A씨는 "지난 20일 미국 증시가 반등하자 사모펀드 담당자가 즉시 전화를 걸어와 주식 10억원어치를 더 사라고 지시하면서 주식편입비중을 낮게 유지하면 장이 오를 때 어떻게 손실을 만회하려 하느냐고 훈수까지 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날부터 주가가 빠지자 다시 전화해 '사란다고 왜 그렇게 빨리 샀냐'며 짜증을 내면서 펀드운용은 천천히 여유있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더라"고 하소연했다.

사모펀드 6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B씨는 "지난해 주식이 된다 싶으니까 원칙 없이 자산의 많은 비중을 사모펀드로 맡겨 놓고선 주가급락으로 손실이 발생하자 '연말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원금을 회복하라'고 요구하는 기관도 있다"고 토로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