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균등분할" 中 "외환보유액" 日 "GDP"

아시아ㆍ유럽 정상회의(ASEM)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글로벌 금융위기 대처 방안에 대해 다양한 해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활발한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3(한국 일본 중국)'조찬회동에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공동기금을 내년 상반기까지 조성키로 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한ㆍ중ㆍ일 3국 간 논쟁으로 지지부진했던 기금창설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분담금이 난관

CMI 공동기금 구상은 현재 '아세안+3'이 운영하고 있는'역내 자금지원제도'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아시아통화기금(AMF)이라고도 불린다. 현행 자금지원제도는 회원국 양자 간 통화스와프 형태여서 외화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여유자금이 있는 회원국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지원을 요청해야 하는 시스템인데 이를 공동기금 창설을 통해 다자간 지원체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비상시에 대비한 일종의 '계'로 보면 된다. 기금 규모는 800억달러며 이 중 80%인 640억달러를 한ㆍ중ㆍ일이 내게 돼 있다.

공동기금 창설 논의에 있어 가장 큰 난관은 한ㆍ중ㆍ일 3국이 각각 얼마씩을 분담할 것인지이다. 3국 모두 서로 자국이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동기금의 최대 지분을 갖는 나라가 아시아의 '맹주'가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은 외환보유액 비율에 따라,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각각 출자비율을 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3국 균등분할론을 제기 중이다.

정상 간 합의를 바탕으로 '아세안+3'은 국가별 출자금액,자금지원 요건과 한도 등에 대한 실무회담을 보다 밀도 있게 진행하기로 했다. 이미 이들 국가는 국제금융국장급이 참여하는 실무회의를 지난주 서울에서 개최했다. 우리 정부는 또 한ㆍ중ㆍ일 재무장관 회의를 이르면 내년 초로 앞당기는 방안도 적극 추진 중이다.

◆세계 금융 체제 개편 촉구

이 대통령은 이날 각국 정상과 만남,ASEM 1차 본회의 선도 발언 등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아시아 신흥국들의 적극적인 역할과 국제적 공동보조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아세안+3'정상들 간 조찬 회동에서 "한국도 1997년 혹독한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며 "세계적 금융위기 대처과정에서 G7(선진 7개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못을 박았다. 또 내달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될 세계 20개국 금융정상회담에 참석해 외환위기 극복 경험을 가진 아시아 신흥국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공동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미국 위주의 세계금융체제가 신뢰를 잃고 유럽 국가들조차 위험에 빠진 상황인 만큼 아시아 국가들이 공조를 공고히 하며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ASEM 1차 본회의 선도 발언에서도 "G8확대정상회의에 아시아 신흥경제국의 참여를 늘리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금융위기 해법에 관한 한 아시아 신흥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리더'로서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공조와 함께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 한계를 노출한 세계금융체제의 개편을 요구했다.

베이징=홍영식/김인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