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미국에서 나온 ≪스노볼-워런 버핏과 인생경영≫이 3주 만에 70만부 판매 기록을 세웠습니다. 월가의 금융 위기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논픽션 베스트셀러 분야 1위에 올랐는데,책값이 무려 35달러(약 5만원)나 되는군요. 이달에도 그의 이름을 단 책이 두 권 나왔고 내년 초에도 ≪디어 미스터 버핏≫(재닛 타바콜리 지음) 등이 나올 예정입니다.

요즘 미국 출판사들은 책 표지에 버핏의 이름이나 사진을 넣으려고 온갖 아이디어를 다 짜 내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이 들어간 책은 47종에 달합니다. 유에스에이(USA)투데이와 연합뉴스 등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세계적인 유명 인사 중 달라이 라마를 제외하고 버핏만큼 책 제목에 이름이 많이 들어간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외국에서도 인기여서 그의 책은 13개국어로 번역됐습니다.

그래서 버핏은 출판계의 흥행 보증수표로 불립니다. 자신의 이름을 단 책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그는 "쉽게 쓸 수 있고 최소한도의 판매만 보장된다면 어떤 책이든 출판업자를 쉽게 찾을 수 있지 않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는군요. 버핏이 출판계로부터 인기를 끄는 배경은 최고의 투자자라는 점과 중서부 네브래스카에 은거하는 데서 나오는 카리스마,옆집 아저씨 같은 순박함의 3박자가 합쳐진 '희귀 케이스'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의 이름을 달았다고 다 성공한 건 아닙니다. 1990년대에 나온 로버트 해그스트롬의 ≪워런 버핏의 방식≫은 실패했지요. 그런데 출판사 직원이 저자의 재무 관련서 중에서 발견한 버핏 관련 일화를 추가한 뒤 ≪워런 버핏처럼 투자하고,지미 버핏처럼 살아라≫는 제목의 개정판을 내 '대박'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버핏 관련서 중에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래리 커닝햄 출판사의 ≪워런 버핏의 에세이≫라고 합니다. "연례 보고서에서 밝힌 아이디어를 잘 정리해 놓았다"는 게 그의 평가군요. 수많은 저자와 출판사들이 버핏과의 인연을 강조하면서 그를 홍보에 끌어들이고 있지만 그는 별로 귀찮아하지 않는군요. 저자들이 원고를 보내면서 격려사나 추천사를 부탁하면 기꺼이 응하고,철자가 틀린 기업명을 지적해 줄 정도로 꼼꼼하게 읽는다고 하니 역시 대가답습니다. 그가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과 함께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군요.

고두현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