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의 고백 "내 시장경제 이론 허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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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청문회서 4시간 곤욕치루며 고백
"파생상품 규제를 반대한 것은 부분적으로 잘못이었다. 내 시장경제 이론에 일부 허점을 발견했다. "
2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11시) 미국 하원 정부감독ㆍ개혁위원회의 금융위기 규명 청문회장.검정 뿔테 안경,저음이면서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는 그대로였으나 의원들의 송곳 질문이 쏟아지자 '금융 마에스트로(거장)'는 흔들렸다. 전매특허인 고도의 애매모호한 화법을 접어야 했다. 과거 누구도 감히 시비 걸지 못했던 자신의 지론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할 때마다 마른 침을 삼켰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렇게 무려 네 시간을 시달려야 했다.
미 의원들의 추궁은 'FRB 의장으로 재직하는 기간에 왜 금융위기 뇌관으로 확산된 파생금융상품을 규제하지 않았나''시장의 자율규제에 맡긴 금융정책이 바람직했나'에 초점이 모아졌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의해 FRB 의장 자리에 처음 임명된 이후 아버지 부시 대통령,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거쳐 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FRB 의장을 은퇴할 때(2006년)까지 18년6개월 동안 사실상 '경제대통령'으로서 일한 그에게 빨리 금융위기 책임을 공식 참회하라고 재촉하는 질문들이었다. 민주당 소속의 헨리 왁스맨 정부 감독ㆍ개혁위원회 위원장은 그를 무섭게 몰아붙였다.
철저한 시장자율ㆍ규제완화주의자인 그린스펀은 파생상품의 일반적 유용성을 옹호하면서도 "(기업 부도위험을 상품화한)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상품을 규제하지 않았던 것은 부분적으로 내 잘못이며,FRB가 2005년 말까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이 규제하지 않으면) 자율적으로 주주들을 보호할 줄 알았는데 실수였다. 내 자유시장 이론에서 허점을 발견했다"고 두손을 들었다. 왁스맨 위원장이 "자신의 경제이론이 옳지 않았고,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 아니냐"고 다시 확인하자 "그렇다"면서 "(그 전에는) 40년 이상 내 경제이론이 아주 잘 들어맞고 있다는 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충격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그러자 왁스맨 위원장의 훈계조 비판이 또 날아들었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초래한 무책임한 대출 관행을 제지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많은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을 터인데 지금 우리 경제는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그린스펀을 몰아세웠다. 같은 민주당의 존 야무스 의원은 그린스펀과 함께 출석한 크리스토퍼 콕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존 스노 전 재무장관을 아예 한 꾸러미로 묶어 비아냥댔다. 세 명이나 되는 금융당국자가 주택시장 거품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면서 "세 명의 빌 버크너"라고 빗댔다. 버크너는 레드삭스팀의 1루수로 1986년 월드시리즈(전미 프로야구 최종 결승전)에 출전했다가 날아온 타구를 가랑이 사이로 그냥 흘려 보내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르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린스펀은 끝까지 마에스토로의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 이번 금융위기를 "백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신용 쓰나미'"라고 규정한 뒤 "현재까지 금융시장의 손실을 고려할 때 일시적 해고와 실업률의 현저한 상승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그는 "금융위기를 끝낼 수 있는 필요조건은 주택 가격 안정이나 앞으로 여러 달 동안 주택 가격이 안정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주택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정부가 공세적으로 금융시장을 지원하는 조치는 올바른 일"이라면서 "미 정부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 계획은 적절한 조치로 그 효과가 벌써 시장에서 느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2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11시) 미국 하원 정부감독ㆍ개혁위원회의 금융위기 규명 청문회장.검정 뿔테 안경,저음이면서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는 그대로였으나 의원들의 송곳 질문이 쏟아지자 '금융 마에스트로(거장)'는 흔들렸다. 전매특허인 고도의 애매모호한 화법을 접어야 했다. 과거 누구도 감히 시비 걸지 못했던 자신의 지론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할 때마다 마른 침을 삼켰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렇게 무려 네 시간을 시달려야 했다.
미 의원들의 추궁은 'FRB 의장으로 재직하는 기간에 왜 금융위기 뇌관으로 확산된 파생금융상품을 규제하지 않았나''시장의 자율규제에 맡긴 금융정책이 바람직했나'에 초점이 모아졌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의해 FRB 의장 자리에 처음 임명된 이후 아버지 부시 대통령,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거쳐 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FRB 의장을 은퇴할 때(2006년)까지 18년6개월 동안 사실상 '경제대통령'으로서 일한 그에게 빨리 금융위기 책임을 공식 참회하라고 재촉하는 질문들이었다. 민주당 소속의 헨리 왁스맨 정부 감독ㆍ개혁위원회 위원장은 그를 무섭게 몰아붙였다.
철저한 시장자율ㆍ규제완화주의자인 그린스펀은 파생상품의 일반적 유용성을 옹호하면서도 "(기업 부도위험을 상품화한)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상품을 규제하지 않았던 것은 부분적으로 내 잘못이며,FRB가 2005년 말까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이 규제하지 않으면) 자율적으로 주주들을 보호할 줄 알았는데 실수였다. 내 자유시장 이론에서 허점을 발견했다"고 두손을 들었다. 왁스맨 위원장이 "자신의 경제이론이 옳지 않았고,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 아니냐"고 다시 확인하자 "그렇다"면서 "(그 전에는) 40년 이상 내 경제이론이 아주 잘 들어맞고 있다는 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충격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그러자 왁스맨 위원장의 훈계조 비판이 또 날아들었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초래한 무책임한 대출 관행을 제지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많은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을 터인데 지금 우리 경제는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그린스펀을 몰아세웠다. 같은 민주당의 존 야무스 의원은 그린스펀과 함께 출석한 크리스토퍼 콕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존 스노 전 재무장관을 아예 한 꾸러미로 묶어 비아냥댔다. 세 명이나 되는 금융당국자가 주택시장 거품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면서 "세 명의 빌 버크너"라고 빗댔다. 버크너는 레드삭스팀의 1루수로 1986년 월드시리즈(전미 프로야구 최종 결승전)에 출전했다가 날아온 타구를 가랑이 사이로 그냥 흘려 보내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르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린스펀은 끝까지 마에스토로의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 이번 금융위기를 "백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신용 쓰나미'"라고 규정한 뒤 "현재까지 금융시장의 손실을 고려할 때 일시적 해고와 실업률의 현저한 상승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그는 "금융위기를 끝낼 수 있는 필요조건은 주택 가격 안정이나 앞으로 여러 달 동안 주택 가격이 안정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주택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정부가 공세적으로 금융시장을 지원하는 조치는 올바른 일"이라면서 "미 정부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 계획은 적절한 조치로 그 효과가 벌써 시장에서 느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