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이는 두 번의 유산 끝에 태어난, 부모님이 몹시 바라던 아이였다. 그러나 30개월 됐을 무렵 찍어놓은 비디오를 보면 정민이의 행동은 여느 아이들과는 달랐다. 엄마가 다가가 뽀뽀하려고 해도 반응이 없고, 눈맞춤도 제대로 못했다. 식구들이 먹다 버린 캔 중 같은 색깔만 분류해 한쪽에 모아놓기도 했다. 진단결과 정민이의 질환은 자폐로, 아이는 현실이 아닌 자기 내면세계에 갇혀 살고 있었다. 자폐는 만 명에 2~4명 정도 발생하는 비교적 드문 병으로, 주로 남자아이에게 많다. 자폐아동이 보이는 가장 흔한 특징은 포옹이나 뽀뽀 등 신체적 접촉을 피하고, 보통 아이들처럼 무언가를 달라고 떼를 쓰거나 보채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정민이와 같이 ‘놀이’가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물건을 줄지어 늘어놓거나 특정형태에만 집착하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TV, 책 등에서 나온 말을 반복적으로 따라 하는 것도 자폐의 특성 중 하나다. 가령 ‘네 이름이 뭐니?’라고 질문하면 대답대신 이 질문을 반복하는 식이다. 또 전에 들었던 ‘과자 먹을래?’와 같은 질문을 자신의 욕구표현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자폐의 증상은 넓고 다양하며 그 정도도 개인마다 현저하게 다르다. 변한의원 변기원 원장은 “일반적으로 자폐는 유전적인 뇌 결함 혹은 출생 시 뇌손상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공통적인 특징은 좌우뇌의 불균형적인 발달이 있다”고 말한다. 좌우 뇌기능의 불균형으로 인해 뇌신경 계통이 교신불량을 일으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에 어려움이 생기고 대인관계 형성과 소통이 어렵다는 것이다. 변원장은 “자폐아동이 겪는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자폐아동은 음악에 대한 흥미나 능력이 일반 아동보다 뛰어난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음악치료를 통해 자폐아동을 긍정적으로 자극시키고, 신체를 쓰는 놀이 및 운동을 통해 근육운동과 집중력, 언어능력 향상 등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놀이나 운동은 신체와 뇌통합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시청각을 비롯한 후각, 촉각, 평형감 등을 고루 자극해준다. 이러한 자극들은 모두 기능이 떨어진 쪽의 뇌기능을 올리는 수단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 뇌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지를 진단하는 것이다. 좌우뇌의 개념이 없이 치료할 경우에는 좋아진 쪽의 뇌의 기능은 계속해서 본인이 수용을 하기 때문에 좋아지고, 낮아져 있는 쪽의 자극은 거부를 하기 때문에 많이 좋아지지 않아서 결국 불균형이 유지된 상태로 자극을 받아들이게 된다. 생활 속 습관의 교정만으로도 자폐의 증상완화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틀에 박힌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운동이나 취미 활동 등으로 뇌외 활력을 주는 것이 그것이다. 어린 시절은 뇌의 용량을 키우는 최적의 시기로 많은 자극이 필요하지만 좌우뇌가 골고루 자극이 될 때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