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연구 모임이나 사석에서 지식 간 융합과 통합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새로운 분야의 지식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시각을 확대하는 유용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21세기 지식은 분야 간 경계 허물기와 지식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개별 지식만으로는 현대 사회의 다층적인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생성된 시대적 흐름이다. 현대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방법을 고안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한데,'지식의 융합'은 지식 기반사회의 저변을 확대하고 미래를 선도할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식의 통합과 융합이 사회 전 분야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논의와 요구는 무성하지만 어떻게 학문의 융합이 이뤄지고 있으며,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작업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식의 대융합≫을 만나니 참으로 반갑다. 미래 지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융합 지식'과 '융합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개론서가 탄생한 것이다. 이 책은 '지식의 대융합'을 이루는 학문 간 연구 성과와 새롭게 출현한 융합 학문의 탄생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범주도 포괄적이다. 인지과학과 지식 융합,뇌 과학 발달에 따른 신생 학문,마음의 연구에 진화론이 적용되면서 주목받게 된 신생 학문,복잡성 과학과 융합 학문,인공생명의 진화과정 및 창발과정,기술 융합의 여러 측면이나 환경 문제를 비롯한 사이보그 사회와 포스트휴먼 시대까지 아우르고 있다.

1부에서는 인지과학과 지식융합의 이모저모가 소개된다. 인공지능을 놓고 여러 분야의 이론가들이 벌이는 흥미진진한 논쟁과 행동경제학 등 융합 학문이 다뤄져 있다. 2부는 뇌 과학 발달에 따라 새롭게 출현한 학문을 정리하고 있다. 의사 결정에 전두엽의 정서기능이 관여한다는 것을 발견한 정서신경과학,경제학에 신경과학과 심리학을 융합해 인간의 선택 및 의사 결정을 연구하는 신경경제학,인공해마로 뇌의 손상된 부위를 보철하는 기술까지 개발하게 된 생명공학,이에 대한 생명철학과 윤리적 문제를 살피는 신경윤리까지 포함한다.

3부는 진화론이 사람 마음의 연구에 적용되면서 주목받게 된 진화심리학 등 융합학문의 세계로 안내한다. 사람의 마음을 자연선택 이론 적응의 산물로 간주하는 진화심리학,진화 이론의 관점에서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진화경제학,진화생물학을 의학에 융합한 다윈의학,제프리 밀러와 글렌 게어에 의해 고안된 짝짓기 지능이 정리돼 있다.

1부(인지과학)와 2부(뇌과학),3부(진화심리학)가 마음의 연구에 관한 지식의 융합이라면 4부는 자연현상과 관련된 복잡성 과학 및 융합 학문을 다루고 있다. 5부에서는 융합기술을 살펴보면서 환경과 에너지문제도 빠뜨리지 않았다. 융합기술이란 나노기술,생명공학기술,정보기술,인지과학 등 4대 분야(NBIC)가 상호 의존적으로 결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책의 뒤쪽에는 '지식 융합 도표'가 들어 있는데 지식 융합의 전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에필로그'에는 우리나라의 지식 융합 역사가 정리돼 있어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연구자와 젊은이들을 자극한다.


영역을 넘나드는 학문 간 융합은 21세기 성장 동력이자 다종다양한 분야의 상상력,창조성의 뿌리로 지식의 지도를 바꾸어 가고 있다. 저자는 "서로 다른 학문 영역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연구 주제에 도전하는 융합 학문은 첨단지식 창조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21세기 들어 학문 융합현상이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된 까닭은 상상력과 창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름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융합 지식이야말로 우주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재발견하고 인류사회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절차탁마하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든든하고 확실한 길라잡이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한다.

패러다임 격변기에는 수많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컨버전스,융합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블루오션을 발견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글로벌 위기와 온 몸으로 맞서야 하는 우리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되어줄 것이다.

김병식 동국대 화공생물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