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팔자'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캐피탈그룹, 템플턴 등 장기 투자를 표방하는 외국계 펀드들도 보유 지분을 줄이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템플턴 인베스트먼트 카운슬 엘엘씨(Templeton Investment Counsel, LLC)는 특별관계자와 함께 보유하고 있던 영원무역 주식 58만7140주(1.15%)를 최근 장내에서 처분했다. 이에 따라 보유주식수는 기존 538만1211 주(10.55%)에서 479만4071주(9.40%)로 줄었다.

영원무역은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수출업체로, 환율상승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 둔화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세계 3대 자산운용회사 중 하나인 캐피탈그룹의 국내 주식 처분도 이어지고 있다. 캐피탈 그룹 인터내셔널 인코포레이티드(Capital Group International, Inc.)는 지난 9월초까지 LG텔레콤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이며 보유지분을 7.25%까지 늘렸으나 이후 팔자로 전환, 지분을 5.16%로 낮췄다.

캐피탈 리서치 앤 매니지먼트 컴퍼니(Capital Research and Management Company, CRMC)는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56만8804주(1.42%)를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장내에서 매도해, 보유지분을 기존 8.53%에서 7.11%로 줄였다.

CRMC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지분을 최근 163만9550주(1.11%)와 195만5690주(1.48%)를 장내에서 처분했다. 이에 따라 보유지분율이 각각 10.30%와 8.60%로 낮아졌다.

CRMC는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로 피해를 본 제이브이엠 지분을 크게 줄이고 있다. 한때 14.5%에 육박했던 제이브이엠 지분율은 지난달 중순이후 대거 처분하면서 6.50%까지 줄었고 네패스, YBM시사닷컴, 하나금융지주, 팅크웨어, STX엔진 등의 보유지분은 5% 아래로 낮췄다.

국제 큰 손으로 통하는 싱가포르투자청(The Government of Singapore)도 보유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은 최근 하나투어 주식 12만8941주(1.11%)를 장내에서 처분해, 보유지분을 기존 6.24%에서 5.13%로 낮췄다고 공시했다. 싱가포르투자청은 지난달에는 디지텍시스템 주식을 처분, 보유지분을 5% 아래로 줄였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지금은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감에 주가가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의 장기투자펀드가 보유지분을 줄이고 있다는 사실이 호재는 아니지만 이제 와서 따라 움직이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