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조선업체도 선박 가격 하락ㆍ수요감소 날벼락

중국 경기의 급속한 하강이 국내 철강업체를 거쳐 해운회사와 조선업체에 연쇄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철강제품 가격과 해운 운임이 떨어지고 선박 발주가 취소되는 등 '차이나 쇼크'가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일부 중소업체는 한계상황에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충격의 진원지,중국 철강업계

중국은 급격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동안 철강 생산설비를 대폭 확대해 왔다. 1998년 1억1000만t 수준이던 중국의 연간 조강생산량은 △2003년 2억2241만t △2005년 3억5579만t △2006년 4억2299만t 등으로 빠르게 증가했고 작년엔 5억t에 바짝 다가섰다. 10년 새 조강생산량이 네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연간 조강생산량은 4000만t에서 5100만t으로 30%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중국 철강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자재 수입이 급증했고 이를 실어나르는 해운시장도 호황을 누렸다. 모자란 배를 채우기 위해 선박 발주도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선순환 고리가 끊어졌다. 중국 경기에 이상 신호가 나타난 탓이다. 지난 3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5년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해운ㆍ조선업체도 날벼락

중국발 쇼크는 국내 해운회사와 조선업체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우선 중국 철강업계가 위축되면서 해상 물동량 축소에 대한 우려가 번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부 중국 철강업체가 호주 등의 광산업체에 원자재 선적 작업을 미뤄 달라는 요청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광물과 곡물을 주로 운송하는 벌크선 시장은 곧바로 경기를 일으켰다. 지난 5월 10,000선을 웃돌던 BDI(벌크선운임지수)는 1000선으로 수직 낙하했다. 배를 빌리는 가격인 용선료는 올초에 비해 40%가량 빠졌다. 국내 해운업체들의 수익성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아직까지는 높은 가격에 받아놓은 화물이 있어 그럭저럭 견딜만 하지만 장기화되면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중국발 바이러스는 조선업체에도 옮겨 붙었다. '해상 물동량 감소→해운운임ㆍ용선료 하락→선박가격 하락→선박발주 감소'라는 달갑지 않은 연결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국내 중소 조선업체에 선박을 발주한 일부 선주들이 다 만들어진 배를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가져 가지 않는 경우까지 있다"며 "잔금을 받아 운영자금을 대야 하는 중소 조선업체들은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 조선업체들이 선박을 인도할 때 받는 잔금은 선박 대금의 20% 수준이지만 중소형 업체들은 이 비율이 많게는 60%에 달한다. 배를 제때 넘기지 못할 경우 그만큼 충격이 더 커진다. 아예 선박 발주를 취소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차이나 쇼크'가 조선ㆍ해운업체를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평복 KOTRA 중국팀장은 "중국 경기가 본격 둔화되면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 업종의 수출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안재석/장창민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