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의 '품질사랑' 이제 철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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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올들어 30차례 공사현장 찾아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 현황을 보고드리겠습니다. 이곳에 짓고 있는 고로(高爐)는 높이가…." 20일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제1고로 건설 현장.이날 당진을 방문한 김형오 국회의장을 위해 간단한 브리핑 자리가 마련됐다.
박남순 현대제철 제선담당 상무의 설명이 조금 길어지자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회장이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좀 더 쉽게 말씀드리자면 여기에 철광석을 쌓고…." 정 회장의 설명은 막힘이 없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어지간한 직원보다 건설 현장을 더 훤히 꿰뚫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률 계획보다 10% 빨라
2006년 10월27일 첫삽을 뜬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가 착공 2년 만에 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르면 오는 2010년 1월 제1고로에서 첫 쇳물이 쏟아지게 된다.
현재 당진 제철소의 전체 공정률은 35% 수준.당초 계획에 비해 10% 정도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철소의 핵심 설비인 고로는 거의 외형을 갖췄고 세계 최초의 밀폐형 저장고에는 단단한 뚜껑이 씌워졌다. 항만 시설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미 3만t급과 5만t급 하역시설은 완공됐고 10만t급과 20만t급 선박 접안시설도 당초 일정보다 두 달가량 빠른 이달 말께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정 회장은 올 들어서만 30차례 정도 당진을 찾았다. 한 달에 세 번꼴로 현장을 직접 점검한 셈이다. 이날도 오전 8시 현장에 도착해 여의도 부지의 두 배가 넘는 건설현장을 꼼꼼히 둘러본 뒤 오후에는 김 의장과 함께 한 번 더 현장을 돌았다.
"또 다른 신화 만드는 중"
정 회장의 현장 중심 리더십은 공사 현장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일단 작업장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당진 제철소 공사에 투입되는 인원은 하루 7000명가량.협력업체만 304개에 이른다. 자칫 느슨한 근무 분위기로 안전 사고가 터질 위험이 높다. 정 회장의 잦은 방문은 이런 리스크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 회장의 메시지가 단순·명확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언제나 '안전'과 '교육' 두 단어로 요약된다. 직원들에게 안전 의식을 끊임없이 고취하고 협력업체간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항상 '교육'을 강조한다. 작업 현장에 보내지는 이런 일관된 시그널은 불필요한 마찰을 줄인다. 자연스레 작업의 우선순위도 정해진다.
현대제철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순기능도 한다. 오명석 현대제철 전무는 "직원들 사이에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최고 품질의 철강 생산'이다. 그는 "자동차의 품질은 강판이 결정한다"고 역설해 왔다. 부품,완성차,철강이라는 3박자가 최고 품질로 조화를 이룰 때만이 '완벽한 자동차'의 꿈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정 회장의 지론이다. 부품 업체인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와 함께 2000년 미국에서 '10년 10만마일 보증제도'를 과감히 도입할 만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한 현대·기아자동차에 이어 정 회장이 현대제철에서 품질을 가장 앞세우는 이유다. 현대·기아차에 끝없는 '품질 완벽주의'를 주문해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듯이,당진 일관제철소도 완벽한 품질의 열연·냉연강판 등을 생산해 또 한번의 '신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외부 차입금 조달 이미 완료
당진 일관제철소는 2010년 초 연간 800만t의 철강제품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자금은 5조8400억원에 달한다. 최근의 금융위기로 자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까.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은 "이미 외부차입금은 조달이 확정된 상태"라며 "현대제철이 흑자를 지속하고 있어 내부자금을 마련하는 데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2조8000억원 수준의 외부차입금 중 1조원은 수출신용금융을 통해 조달하고 1조5000억원은 신디케이트론으로,3000억원은 회사채 발행 등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가 완공될 경우 연간 80억달러에 달하는 철강제품 수입 대체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 기간을 맞아 산업시찰에 나선 김 의장은 정 회장과 오찬을 같이 한 뒤 한 시간 정도 당진 제철소를 둘러봤다. 김 의장은 "경제만큼은 정쟁이 없어야 한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설비투자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올들어 30차례 공사현장 찾아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 현황을 보고드리겠습니다. 이곳에 짓고 있는 고로(高爐)는 높이가…." 20일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제1고로 건설 현장.이날 당진을 방문한 김형오 국회의장을 위해 간단한 브리핑 자리가 마련됐다.
박남순 현대제철 제선담당 상무의 설명이 조금 길어지자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회장이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좀 더 쉽게 말씀드리자면 여기에 철광석을 쌓고…." 정 회장의 설명은 막힘이 없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어지간한 직원보다 건설 현장을 더 훤히 꿰뚫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률 계획보다 10% 빨라
2006년 10월27일 첫삽을 뜬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가 착공 2년 만에 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르면 오는 2010년 1월 제1고로에서 첫 쇳물이 쏟아지게 된다.
현재 당진 제철소의 전체 공정률은 35% 수준.당초 계획에 비해 10% 정도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철소의 핵심 설비인 고로는 거의 외형을 갖췄고 세계 최초의 밀폐형 저장고에는 단단한 뚜껑이 씌워졌다. 항만 시설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미 3만t급과 5만t급 하역시설은 완공됐고 10만t급과 20만t급 선박 접안시설도 당초 일정보다 두 달가량 빠른 이달 말께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정 회장은 올 들어서만 30차례 정도 당진을 찾았다. 한 달에 세 번꼴로 현장을 직접 점검한 셈이다. 이날도 오전 8시 현장에 도착해 여의도 부지의 두 배가 넘는 건설현장을 꼼꼼히 둘러본 뒤 오후에는 김 의장과 함께 한 번 더 현장을 돌았다.
"또 다른 신화 만드는 중"
정 회장의 현장 중심 리더십은 공사 현장에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일단 작업장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당진 제철소 공사에 투입되는 인원은 하루 7000명가량.협력업체만 304개에 이른다. 자칫 느슨한 근무 분위기로 안전 사고가 터질 위험이 높다. 정 회장의 잦은 방문은 이런 리스크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 회장의 메시지가 단순·명확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언제나 '안전'과 '교육' 두 단어로 요약된다. 직원들에게 안전 의식을 끊임없이 고취하고 협력업체간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항상 '교육'을 강조한다. 작업 현장에 보내지는 이런 일관된 시그널은 불필요한 마찰을 줄인다. 자연스레 작업의 우선순위도 정해진다.
현대제철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순기능도 한다. 오명석 현대제철 전무는 "직원들 사이에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최고 품질의 철강 생산'이다. 그는 "자동차의 품질은 강판이 결정한다"고 역설해 왔다. 부품,완성차,철강이라는 3박자가 최고 품질로 조화를 이룰 때만이 '완벽한 자동차'의 꿈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정 회장의 지론이다. 부품 업체인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와 함께 2000년 미국에서 '10년 10만마일 보증제도'를 과감히 도입할 만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한 현대·기아자동차에 이어 정 회장이 현대제철에서 품질을 가장 앞세우는 이유다. 현대·기아차에 끝없는 '품질 완벽주의'를 주문해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듯이,당진 일관제철소도 완벽한 품질의 열연·냉연강판 등을 생산해 또 한번의 '신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외부 차입금 조달 이미 완료
당진 일관제철소는 2010년 초 연간 800만t의 철강제품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자금은 5조8400억원에 달한다. 최근의 금융위기로 자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까.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은 "이미 외부차입금은 조달이 확정된 상태"라며 "현대제철이 흑자를 지속하고 있어 내부자금을 마련하는 데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2조8000억원 수준의 외부차입금 중 1조원은 수출신용금융을 통해 조달하고 1조5000억원은 신디케이트론으로,3000억원은 회사채 발행 등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가 완공될 경우 연간 80억달러에 달하는 철강제품 수입 대체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 기간을 맞아 산업시찰에 나선 김 의장은 정 회장과 오찬을 같이 한 뒤 한 시간 정도 당진 제철소를 둘러봤다. 김 의장은 "경제만큼은 정쟁이 없어야 한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설비투자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