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 시트콤ㆍ영화 이어 드라마 제목

제작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제목 짓기다.

특히 영화의 경우는 제목 하나만으로 작품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많은 제작자들이 좋은 제목의 조건으로 '기억하기 쉽고 입에 달라붙는 것'을 꼽는다.

제아무리 의미가 좋아도 사람들이 기억을 하지 못하거나 어려우면 소용이 없다는 것. 그래서 제작자들은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제목을 발굴하려 애쓰면서도 과거 히트했던 제목을 다시 사용함으로써 '안전'을 기하기도 한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중 가장 대표적인 제목 '재활용' 사례는 윤정희ㆍ박시후 주연의 SBS TV 주말드라마 '가문의 영광'이다.

국내에서 '가문의 영광'은 2002년 500만 관객을 돌파한 김정은ㆍ정준호 주연의 코미디 영화로 대표된다.

영화 '가문의 영광'은 1편의 흥행에 힘입어 3편까지 제작됐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가문의 영광'하면 이 영화 시리즈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 전에 시트콤이 먼저다.

2000년 3개월간 방송됐던 신애라, 변우민 주연의 MBC TV 시트콤이 시초다.

그런데 앞선 두 작품이 코미디였던 것과 달리 드라마 '가문의 영광'은 명문 종가를 배경으로 한 가족 이야기다.

'가문의 영광'의 허웅 SBS CP는 "이미 나온 제목이라 고민을 했지만 드라마 내용을 표현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제목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우리 드라마는 코미디가 아니지만 6개월 간 긴 호흡으로 방송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드라마가 어떤 내용이라는 것을 설명할 시간이 충분하리라 본다"고 밝혔다.

영화 '가문의 영광'의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사실 우리가 영화 제목을 지을 때는 같은 이름의 시트콤이 있는 줄은 몰랐다"면서 "하지만 누구도 제목에 대해 저작권 등록을 해놓지 않아 이렇게 같은 제목의 작품이 계속 나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너는 내 운명'이라는 제목도 인기다.

현재 방송 중인 KBS 1TV 일일극의 제목이면서, 같은 제목으로 2005년에는 전도연ㆍ황정민 주연의 영화가, 1979년에는 원미경ㆍ이영하 주연의 영화가 제작됐다.

지난달 막을 내린 SBS TV '조강지처클럽'은 1996년 골디 혼ㆍ베트 미들러ㆍ다이앤 키튼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조강지처클럽(The First Wives Club)'과 이름도 같고 조강지처들이 남편에게 복수한다는 콘셉트도 같다.

또 현재 방송 중인 윤소이ㆍ이진욱 주연의 SBS TV 주말극 '유리의 성'은 1998년 리밍(黎明) 주연의 홍콩영화, 1985년 김화란 주연의 영화와 동명이다.

드라마 '유리의 성'은 원제가 '우아한 가족'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유리의 성'으로 바뀌었다.

7월 막을 내린 오연수ㆍ이동욱 주연의 MBC TV '달콤한 인생'은 2005년에는 이병헌 주연의 영화, 1996년에는 윤다훈ㆍ강남길 주연 MBC TV 아침드라마의 이름이었다.

물론 그에 앞서 페데리코 펠리니가 1960년에 선보인 'La Dolce Vita'가 원조다.

또 지난해 윤정희ㆍ김석훈 주연의 KBS 2TV 주말드라마와 1989년 이덕화ㆍ원미경ㆍ황신혜 주연의 MBC TV 주말드라마는 모두 제목이 '행복한 여자'였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