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해도‥후라노 가을레 취하고…삿포로 겨울에 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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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이 오른다지만 그래도 가을·겨울의 짧은 휴가 기간에 다녀오자면 일본 만한 곳이 없다. 특히 북해도는 가을 단풍과 겨울 눈 축제로 이맘때부터 내년 2월까지가 가장 여행하기에 좋다. 자연 풍광뿐 아니라 도시 자체도 구경거리다. 삿포로에 있는 유서 깊은 건물들과 그 주변에서 열리는 축제,오타루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항구,야경으로 유명한 하코다테까지 동선을 잘 짜서 움직이면 여러 도시들의 멋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특히 이들 지역에는 영화 '러브레터' 촬영지부터 국내 인기 가수의 뮤직 비디오와 각종 CF에 등장한 장소가 많아 여기만 찾아 다녀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아름다운 눈의 도시,삿포로=삿포로는 옛날 이 땅에 살고 있던 아이누족의 언어로 '건조하고 광대한 땅'이라는 뜻.그만큼 시내 도로와 건축물들이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삿포로 중심부에 있는 오도리공원은 북해도에서 가장 넓은 공원으로 해마다 2월5~11일 눈 축제가 열린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수백 개의 눈과 얼음 조각으로 공원을 꾸민다.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는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축제도 열린다.
삿포로 역에서 남서쪽으로 200m 떨어진 옛 북해도 청사는 '붉은 벽돌의 도청',일본말로 '아카렝가도초'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일본 정부가 북해도를 개척하기 위해 이 청사를 지을 때 약 250개의 붉은 벽돌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1888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의회의사당을 본떠 만든 네오바로크 양식의 건물로 1988년 지금의 위치에 복원됐다. 내부에는 장관과 지사의 집무실,북해도의 역사 문서를 모아 놓은 도립 문서관이 있다.
■라벤더의 도시,후라노=북해도의 광대한 구릉 지대에 있는 도시 후라노는 보라색 라벤더로 뒤덮인 관광지로 손꼽힌다. 다양한 리조트 시설과 곳곳에 있는 아름다운 라벤더 화원으로 유명하다. 다채로운 색깔로 물든 화려한 꽃들이 한 폭의 그림 같아서 영화나 TV에도 자주 등장한다. 라벤더 향은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효과가 있어서 관광객들이 라벤더 차,비누,향초 등을 선물용으로 구입하기 위해 많이 들른다.
■항구도시 오타루와 하코다테=현대적인 항구 시설이 마련되기 전까지 오타루는 운하 교역의 중심지였다. 운하의 기능이 줄어들면서 한때 매립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으나 1980년대 시민들의 복원 운동으로 보존돼 관광 명소로 부상했다. 20세기 초반 운하를 따라 건설됐던 창고들은 쇼핑점,박물관,레스토랑으로 변모했다. 밤에는 63개의 가스등에 불이 들어와 운치 있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운하의 끝에서 끝까지 천천히 걸으면 30분 정도가 걸린다. 음악을 자동으로 연주하는 악기인 오르골 전시장에는 3000여 종이 넘는 오르골이 보관돼 있고 오르골 연주도 들을 수 있다.
하코다테는 19세기 중반 규슈의 무역항 나가사키,요코하마와 함께 서방 세계에 개항돼 일찍부터 세계 문물을 받아들인 곳.그만큼 이국적인 정취가 강하다. 시내 남쪽,항구 주변에는 샌프란시스코를 연상케 하는 건물이 있어 그 사이로 산책하는 것도 재미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