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은행에 직접 달러공급] 타이밍 늦었지만 외화자금난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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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달러가 필요한 은행에 직접 달러를 빌려주기로 함에 따라 은행들의 외화 자금난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풀리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왜 직접 지원하나
한은은 그동안 시중 은행에 직접 달러를 빌려주는 데 대해 부정적이었다. 이런 방식은 10여년 전 외환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인 데다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은행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국내에서 한은에 손을 벌리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그동안 외환 스와프시장에서 대행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달러를 공급해왔다.
한은이 이번에 입장을 바꾼 것은 은행들의 외화자금난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0%를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다. CRS 금리는 은행이 달러를 맡기고 원화를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다. 달러만 있으면 원화는 공짜로 빌려 쓸 수 있을 정도로 외화자금난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한은은 또 대행은행을 통한 기존 방식으로는 정작 달러가 필요한 은행에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에 따라 첫 입찰일인 오는 21일 20억~30억달러를 풀기로 했다. 이후 매주 화요일 실시되는 정기입찰에선 첫 입찰 결과를 감안해 물량을 조절할 방침이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첫 입찰 규모에 대해 "오는 12월 말까지 만기도래하는 은행들의 외화자금 중 중장기 자금이 27억달러 정도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늑장대응 논란
은행들은 한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대체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누가 달러를 가져갔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로 달러가 필요한 시중은행들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외화자금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달러가 돌기 시작하면 시중은행들이 수출환어음 등으로 기업들에도 달러 자금을 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동영 우리은행 자금부장도 "외환스와프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한은이 달러 물량을 적절히 공급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볼 생각"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날 외화자금 시장도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17일 CRS 금리는 0.45%로 전날 '0% 충격'에서 벗어났다.
반면 일부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이왕 할 거면 빨리 했어야 한다"며 한은의 '늑장대응'을 비판했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장은 "결국 타이밍이 문제다"며 "요즘은 대책을 1주일 먼저 내느냐,늦게 내느냐에 따라 정책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주용석/박준동/정인설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