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올해 마지막 안방 빅매치에서 시원한 골 폭죽을 터뜨리며 7회 연속 월드컵축구 본선 진출을 향해 힘차게 재시동을 걸었다.

축구대표팀은 15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에서 박지성, 이근호(2골), 곽태휘의 릴레이 골을 앞세워 한 골 만회에 그친 중동의 `복병'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4-1로 완파했다.

1승1무(승점 4)를 기록한 한국은 같은 B조에서 동률인 북한, 사우디 아라비아에 골 득실(한국 +3, 북한.사우디 +1)에서 앞서 단독선두로 나섰다.

북한은 이날 밤 이란(1무)과 원정 3차전을 치른다.

UAE는 3연패에 빠져 월드컵 본선 티켓 경쟁에서 멀어졌다.

한국은 지난 2006년 1월18일 친선경기에서 0-1 패배를 안겼던 UAE에 설욕하며 상대전적 8승1무4패 우위를 유지했다.

또 지난해 12월 출범한 허정무호는 올해 1월 칠레에 0-1로 덜미를 잡혔을 뿐 13경기 연속 무패(7승6무)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무패행진에도 답답한 플레이로 이번 대회까지 지면 `경질론'에 휘말릴 뻔했던 허정무 감독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표팀은 다음 달 19일 `천적'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원정 3차전에 나선다.

허정무 감독은 '젊은 피' 이근호와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장신 공격수 정성훈(부산)을 투톱 스트라이커로 내세운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캡틴' 박지성과 이청용이 좌우 날개를 맡고 경험 많은 김정우와 A매치 세 경기 연속골을 노리는 `막내' 기성용이 중원을 책임졌다.

포백 수비 라인에는 왼쪽부터 김동진-조용형-곽태휘-이영표가 늘어섰고 정성룡이 수문장으로 나섰다.

나흘 전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 3-0 승리로 자신감을 충전한 태극전사들이 강한 투지와 활발한 움직임으로 쌀쌀한 가을 밤의 상암벌을 뜨겁게 달궜다.

경기 시작 3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조용형의 프리킥으로 포문을 연 한국은 3분 뒤 상대 골잡이 이스마엘 마타르에게 수비벽이 뚫려 모하메드 알셰히에게 헤딩슛을 허용했으나 이후 초반 주도권을 쥐고 공세의 수위를 높여갔다.

전반 7분 이청용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길게 땅볼 크로스를 해주자 기성용이 왼쪽 페널티 지역 외곽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찼지만 수비수 몸을 맞고 굴절됐다.

이어 10분 왼쪽 페널티 지역으로 파고든 박지성이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달려들며 강한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왼쪽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14분에는 이근호가 후방 패스를 받아 미드필드 중앙부터 10m를 치고 들어가다 골키퍼와 1대 1로 맞섰으나 회심의 강슛이 골키퍼 마제드 나세르 왼손을 맞고 튕겨져나갔다.

기다리던 선제골의 주인공은 지난 11일 우즈벡과 평가전에서 혼자 두 골을 수확했던 이근호였다.

한 번 골 사냥 기회를 놓친 이근호는 전반 19분 이청용이 미드필드 중앙에서 수비수 사이로 볼을 찔러주자 오른쪽 페널티지역에서 반대편을 겨냥하고 오른발로 강한 슛을 날렸다.

빨랫줄 같은 궤적을 그린 공은 왼쪽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주장 박지성의 발끝에서 두 번째 골이 터져 나왔다.

경기 초반 결정적인 득점 찬스에서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아쉬움을 남겼던 박지성은 전반 25분 이영표가 후방에서 찔러준 공을 수비수가 걷어내려다 흐르자 아크 왼쪽에서 달려들며 오른발로 강한 슈팅을 날렸다.

힘이 실린 공은 골문 오른쪽 위에 꽂혔다.

박지성으로서는 지난 5월31일 요르단과 3차 예선 3차전 이후 4개월 보름여 만에 수확한 통산 9호 골이었다.

한국은 정성훈이 날카로운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어도 수비수를 달고 다니며 이근호에게 슛 기회를 만들어줬고 `프리 롤' 특명을 받은 박지성도 왼쪽과 중앙을 넘나들며 공격의 활로를 텄다.

0-2로 뒤진 UAE는 전반 38분 프리킥 찬스에서 요세프 자베르의 슈팅이 골키퍼 정성룡의 선방에 막혔고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교체 선수 없이 후반을 맞은 한국은 초반부터 파상공세를 펼쳤다.

후반 4분 박지성이 수비 숲을 헤치고 골 지역 정면의 정성훈에게 패스했지만 수비수가 걷어냈다.

곧이어 롱패스를 받은 이근호는 오른쪽 페널티 지역 단독 찬스에서 수비수에게 걸렸다.

이어 후반 6분 조용형이 수비 진영에서 길게 띄워진 전진패스를 정성훈이 상대 진영에서 헤딩으로 떨어뜨려 기성용이 절호의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오른발 인스텝으로 골키퍼 키를 넘긴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가 추가 골을 아깝게 놓쳤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10분 상대 선수와 충돌로 다친 이청용 대신 `프리킥 달인' 김형범을 투입했다.

김형범은 4분 뒤 기성용이 아크 정면에서 상대 파울로 프리킥을 얻어내자 키커로 나서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 찼지만 골키퍼가 다이빙해 간신히 쳐냈다.

후반 21분에는 이영표가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자 정성훈이 문전에서 솟구쳐올라 헤딩슛을 연결했으나 공이 왼쪽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그러나 UAE의 반격도 매서웠다.

수비 후 역습을 노리던 UAE는 한국이 2점차 리드로 다소 느슨해진 허점을 파고들었다.

UAE는 후반 한국 진영 깊숙이 침투해 있던 이스마엘 살렘이 수비수 조용형의 실수를 틈타 공을 가로챈 뒤 골키퍼 정성룡까지 제치고 골문을 갈랐다.

2-1로 쫓긴 한국의 구세주는 선제골을 넣었던 해결사 이근호였다.

이근호는 후반 34분 아크 정면에서 박지성이 스루패스를 찔러주자 오른쪽에서 달려들며 오른발 슈팅으로 세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각도가 있었지만 이근호의 골 감각이 돋보였다.

이근호는 A매치 두 경기 연속 두 골로 통산 5호를 기록했고 박지성도 이날 1골1도움 활약이 빛났다.

이어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가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곽태휘는 후반 43분 김형범이 왼쪽에서 코너킥을 올려주자 그림 같은 헤딩 슛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마무리 골을 터뜨렸다.

대표팀 공식 서포터스 붉은 악마는 파도타기 응원으로 태극전사들의 시원한 승리에 화답했고 스탠드를 메웠던 2만9천여 관중들은 오랜만에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이영호 배진남 한상용 기자 chil8811@yna.co.krhorn90@yna.co.krhosu1@yna.co.kr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