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公 발행 예정물량의 40%만 낙찰

전 세계 금융시장의 '패닉' 국면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채권시장의 냉기는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크레디트물(비정부 채권)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우량 회사채는 물론 공사채까지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5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입찰이 진행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채권은 당초 발행 예정 물량 1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0억원만 낙찰됐다. 발행금리도 6.98%로 높게 형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만기가 1년인 데 비해 발행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발행 규모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에 입찰을 받은 3년만기 채권 1000억원은 발행금리 7.10%에 모두 낙찰됐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매수 세력이 몸을 사리고 있어 신용도가 높은 공사채의 발행 자체가 무산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한국가스공사 중소기업진흥채권 철도시설채권 등 이달 들어 수요 부족으로 유찰된 공사채만 5건,450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강두완 한국채권평가 연구원은 "예정 물량을 못 채우거나 유찰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일부는 증권사 등을 통한 간접 발행으로 돌아서는 추세"라고 전했다.

회사채의 경우 사정이 더 어려워 한진중공업은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려다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사모사채를 발행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신용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리가 지속되면서 유동성이 풍부한 국고채로만 매수세가 몰리고 있어 크레디트물의 부진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9월 말 이후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은행채의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의 수익률 격차)는 여전히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라며 "신용경색이 얼마나 해소되는지를 확인한 이후에나 공사채 은행채 회사채 순으로 매기가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