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영업비밀 해외유출" 반발

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기술 등에 관한 데이터를 외국계 컨설팅업체에 제출토록 추진하고 있어 재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15일 국무총리실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치 산출을 위한 연구용역기관으로 미국계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를 내정하고 이 같은 사실을 지난 9월26일께 재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9월19일 발표한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을 통해 내년까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겠다고 밝히고 업계들에 온실가스 감축 계획 자료를 제출토록 독려해왔다.

이에 대해 재계는 "기업들이 어떤 기술을 이용해 언제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 만큼 줄이겠다는 내용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영업비밀이나 다름없는 민감한 사항"이라며 "이를 하필이면 외국계 컨설팅업체에 제출하라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 기업 관계자는 "맥킨지가 영업비밀이나 다름없는 자료들을 수집했다가 나중에 유출시키거나 팔아먹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따졌다.

업계 반발이 심해지자 지식경제부는 15일 서울 광화문우체국빌딩 21층에서 업종별 관계자 20여명을 모아 연구용역 발주기관인 국무총리실과 재계를 중재하는 회의를 비공개로 가졌다. 이 자리에서 업계는 "온실가스 배출잠재량에 관한 연구(언제쯤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까지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여러 국내 기관들도 해오고 있는데 왜 굳이 외국사에 주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연구용역 발주처인 총리실 관계자는 "아직 연구용역기관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며 맥킨지는 우선협상대상자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변경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기업 비밀이 새나갈 수 있는 이런 민감한 의사결정이 업계와의 의견수렴도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후변화대응 정책은 총리실이 주관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청와대가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고 있는 사업"이라며 "온실가스 배출량 강제할당제를 도입하려다 무산된 것처럼 이번 건도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다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수진/안재석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