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조선주들이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조선주들이 조정장에서 급락함에 따라 기업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자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데 따른 것이다.


또 향후 조선업 호황이 끝나더라도 국내 조선업체들은 오히려 입지가 탄탄해질 것이란 분석도 주가 강세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중공업이 14일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시가총액 5위 자리를 탈환한 것을 비롯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5개 조선주가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진중공업도 11%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급등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가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현재 시가총액이 보유하고 있는 순현금(현금성 자산에서 차입금을 뺀 것)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본질적 기업 가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시장이 이성을 찾는 과정에서 조선주들도 제자리를 찾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승장을 이끌었던 조선주들은 수년간의 호황 사이클이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감으로 최근 조정장에서 주가가 급락하며 고점 대비 60∼80%의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조 센터장은 "조선업황에 대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신조선가는 고점 대비 5%도 하락하지 않았고 조선업의 구조조정은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국내 조선업체들에는 오히려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점차 확산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중국 등 신설 조선업체들이 제때 납품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일어나면 국내 조선업체들의 독점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조 센터장은 "배당수익률만 해도 7%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현대미포조선과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장기투자 대상으로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이재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조선주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근래 6∼7배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불황이 지속되던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며 "최근의 급등은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금융 경색이 해소될 경우 선박금융이 활성화되면서 조선업종의 가장 큰 모멘텀인 수주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조선주 급등이 주도주로 본격적으로 복귀한 것으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