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제임스무역 사장 seoulsusan@naver.com>

며칠 전 고등학생 딸이 갑자기 아파 병원 응급실에 데려갔다. 아침까지도 멀쩡했는데 퇴근 후 보니 얼굴이 창백해지고 심한 빈혈 증세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평소 건강하던 아이라 더욱 당황스러웠다.

아이는 이것 저것 치료를 받았다. 의사는 혈액 속 혈소판이 이상 감소한 것이라며 큰 위험은 아니라고 설명해 주었지만 내가 느낀 충격은 적지 않았다. 나는 응급실에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아이는 어느 정도 안정돼 갔고 나도 의사의 처방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문득 주위로 시선이 갔다. 응급실을 가득 메운 환자들에겐 사연도 많아 보였다. 옆 병상의 할아버지 곁엔 당신보다 병색이 더 짙은 할머니가 보호자라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녀가 네 명이 있는데 모두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한다. 건너편 침대의 남자는 밤새도록 아파 죽겠다고 소리를 지른다. 교통사고 때문인지 피를 흘리며 들어오는 중년 남자도 있다. 병원에 가면 아픈 사람만 있고 법원에는 나쁜 사람만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각 났다. 늘 멀쩡한(?) 사람들과 멀쩡한 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요즘 경제가 말이 아니다. 물건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하고,그래서 잘 팔리지도 않는다. 환율이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어느 장단에 박자를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IMF라는 말이 다시 들린다. 건강할 때에는 아프지 않은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잊고 산다. 그러면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소홀하게 마련이다. 적당한 운동,균형 잡힌 식사,편안한 마음가짐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갑자기 누가 아프니 그동안 뭘 잘못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경제가 나빠진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호황일 때는 불황이 왜 생기는지 잊곤 한다. 늘 그렇게 좋은 시절이 영원히 이어질 것으로 모두 생각한다. 건전한 경제를 유지하는 것은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힘들다.

우리 경제의 회복도 두 가지 관점에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본적인 체력이 어떠한지,그리고 앞으로의 대책이 적절한지 말이다. 또 국민들은 우리 경제가 가진 펀더멘털을 믿고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에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며칠간 치료받고 퇴원한 딸처럼 우리 경제도 빨리 환한 얼굴을 되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