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이 반토막난 펀드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펀드투자자들은 구멍난 계좌를 보면서 내탓보다는 남탓하기에 바쁘다.

'적금이나 다름없이 불입하면서 수익률은 더 좋다'며 펀드를 권했던 은행직원, '목돈을 은행보다 더 불려주겠다'던 증권사 직원, '중국펀드로 돈 좀 벌었다'며 자랑하던 김대리, '2008년에는 3000포인트 갈 것'이라던 리서치센터장 등 탓할 곳도 많다.

이처럼 펀드투자자들은 은행, 증권사 등 대형금융회사가 판매보수를 받으면서도 서비스는 취약하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펀드판매경로는 다른 외국에 비해 협소해 투자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자문서비스 부족으로 투자자 권익보호에 취약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위는 2009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 이후 일반법인의 펀드판매를 허용해 펀드슈퍼마켓, 온라인펀드사 등 새로운 형태의 판매사가 출현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그렇다면 새로 생겨날 펀드판매사들이 펀드투자자들과 시장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현재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인도 등이 독립투자자문인력(IFA, Independent Finantial Advisor)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 중 올해로 7년째 IFA 제도와 펀드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싱가포르의 현황에 대해 지난 9일와 10일 자산운용협회의 현지 세미나를 통해 살펴보았다.

◆ 규모는 작지만 제도는 앞선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2006년말 기준 총 22개의 자산운용회사가 협회에 등록되어 있으며, 펀드설정액은 규모는 285 억달러로 한국의 2524억 달러의 약 10분의 1의 불과한 수준이다.

싱가포르의 펀드판매도 주로 은행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2002년 10월 금융자문업자법(Financial Advisors Act) 이후 IFA의 펀드판매가 허용되고 펀드슈퍼마켓(플랫폼)이 생겨나면서 펀드 판매 시장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IFA의 자산규모는 34억 달러로 싱가포르 전체 뮤츄얼펀드 시장(약 262억달러)에서 약 13%를 차지하고 있다. 2003년 1000명에 불과했던 IFA는 2007년 말 기준 2500여명으로 급증했으며, 관련회사는 69개가 운영중이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펀드 슈퍼마켓으로는 아이패스트(IFAST)와 내비게이터(Navigator) 등이 있다.

최대업체인 IFAST는 인터넷을 통한 펀드판매는 물론 IFA에 대한 관리 및 교육, 법인을 대상으로한 재무관리까지 사업영역이 넓다. 1000개의 펀드를 고객들에게 권유할 수 있으며 현재 9만명 개인고객의 30억 달러 가량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모혼밍(Moh Hon Meng) IFAST 국제사업부 전무는 "금융업종에 종사하다 은퇴한 이들이 전문성을 발휘해 IFA로 나서고 있다"면서 "수수료가 높은 편이지만 서비스 산업이기 때문에 가격보다는 서비스 질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IFAST를 비롯한 IFA의 주요 고객층은 35세에서 45세 사이의 젊은 부유층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 많고 혁신적인 계층으로 자산은 1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내에는 IFAST와 같은 대형 펀드 슈퍼마켓 회사뿐만 아니라 몇명의 IFA들이 모여서 만든 소규모 펀드 슈퍼마켓도 성업중이다.

이중 프로비던드(Providend)는 금융전반에 걸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자문서비스에 대한 보수만을 받고 있다. 총 직원은 30명 가량에 IFA 7명만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 관리중인 고객은 500여명이며 자산관리 규모만도 2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

◆ IFA 펀드판매 앞으로도 전망있나?

싱가포르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같은 펀드판매 행태가 앞으로도 긍정적일까?

펀드리서치 기관인 셀룰리(Cerulli)의 림아이뮨(Lim Ai Meun) 이사는 "IFA가 증가하면서 2011년 경에는 싱가포르 뮤츄얼펀드 전체시장에서 17.4%가량 차지할 것"이라며 "IFA들은 자국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자산 유입도 유도하면서 수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IFA의 수도 늘어날 뿐만 아니라 신규 수요도 창출하면서 그 세력을 넓혀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뮨 이사는 "최근 IFA는 헤지펀드나 독립운용계좌 등을 내세워 고액자산가들을 공략하고 있지만, 프라이빗 뱅킹과의 경쟁이 치열한 실정"이라며 "IFA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좀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연성을 키워가야 할 것"으로 진단했다.

반면 UBS글로벌자산운용의 아태지역 펀드 마케팅 담당인 스콧켈러(Scott Keller) 전무는 "펀드판매채널을 IFA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면서 "IFA는 구조화돼 있지 않아 시간도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관리도 어렵다"고 말했다.

싱가포르/한경닷컴 김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