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금융허브라는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이사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한국시장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싱가포르 현지에 있는 외국계 운용사와 한국 운용사는 현재 한국시장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소 차이가 났다.

스위스계의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UBS글로벌자산운용은 한국시장에 대해 '비중축소(underweight)'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UBS 글로벌 신흥시장 매니저인 제프리웡(Geoffrey Wong) 전무는 지난 9일 자산운용협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한국은 대만, 싱가폴 등을 다 합쳐도 따라잡지 못할 만큼 큰시장이고 외형성장도 기대된다"면서 "하지만 세계적인 경기회복이 있기 전까지 한국에 대한 '비중축소'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UBS는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시장에 16조원 정도를 투자하는 등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분간은 한국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UBS는 지난해 말부터 한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제시하고 1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8월말 비중축소 비율이 3.6%였고 9월말에도 4.1%에 이르렀다.

웡 전무는 "한국시장은 경기에 매우 민감하며,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밸류에이션이 더 낮아지고, 세계 경기회복이 진행되지 않는 이상 투자의견을 높일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업종별로는 건설, 산업재, 조선 등이 경기에 민감하고, 특히 조선이나 운송의 경우 당분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IT 업종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가 회복세를 보여아 동반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화학업종은 주가수익비율(PER) 밑으로 거래되어야 한다고 웡 전무는 말했다.

반면 한국 자산운용사로 싱가포르에 진출해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한국시장에 대해 '과매도' 국면이라며 내년에는 빠른 반등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태길 트러스톤자산운용 싱가포르 대표는 "현재 한국시장은 과매도 국면"이라며 "운용하고 있는 펀드는 경기방어주와 보험주 등 부채가 적은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대표는 "유럽국가들은 금융위기에 대한 결정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세계적인 금융위기 진압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며 "특히 한국시장은 유동성이 높고 기업들의 어닝이 좋기 때문에 시장이 회복되면 가장 먼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 한국이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된 것과 관련 웡 UBS자산운용 웡 전무는 기대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한국은 신흥시장에서는 큰 규모지만, 선진국으로 분류될 경우 작은 시장"이라며 "선진국에 투자하는 돈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한국에 유입되는 펀드 규모도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선진국 펀드는 2~3개 대표적인 기업에 투자하게 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편입비중이 작다못해 오히려 '0(zero)'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싱가포르=김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