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카메라에 푹 빠진 회사원 K씨는 이번 주말에 설악산을 찾기로 했다. 산야를 울긋불긋하게 물들이기 시작한 형형색색의 단풍을 카메라에 직접 담고 싶은 마음에서다. 바쁜 회사 생활에도 짬을 내 익힌 사진 기술을 한껏 발휘하기에는 단풍만한 소재도 없다. K씨처럼 DSLR카메라로 가을 풍경을 담으려는 초보 사진가들이 부쩍 늘고 있다. 주말이면 도시 교외에서 DSLR를 손에 든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똑딱이 콤팩트카메라와는 달리 DSLR는 선명하고 강력한 색감을 담아낼 수 있어 애호가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전문가들은 초보자들이 DSLR카메라로 가을 풍경을 제대로 담아내려면 상황에 맞는 렌즈 선택요령과 조작법을 익히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단풍 찍기에 제격인 DSLR 제품들

초보자에게는 보급형 제품이 무난하다. 최근 나오는 보급형 DSLR는 콤팩트카메라처럼 액정화면을 보면서 다양한 앵글을 쉽게 촬영할 수 있는 '라이브 뷰' 기능과 자동으로 얼굴에 포커스를 맞춰주는 '얼굴인식' 기능 등을 갖춰 초보자도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캐논 'EOS 50D'는 초당 6.3장의 고속연사 기능과 라이브 뷰 기능,얼굴인식 기능 등을 갖췄다. 니콘 'D90'은 초당 24프레임으로 고화질 영상(1280×720)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렌즈별로 색다른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라이브 뷰 전용버튼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올림푸스 'E-420'은 라이브 뷰 방식의 촬영 속도가 빠른 편이다. 라이브 뷰 모드에서 최대 8명까지 자동으로 얼굴 초점을 맞춰준다. 붉은색을 강렬하게 표현해 주는 모드가 있어 단풍 촬영에 유용하다. 역광 촬영 때 사진에 그늘이 지는 것을 자동으로 보정해 주는 기능도 있다. 소니 '알파350'은 액정 모니터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틸트형이어서 쉽게 다양한 앵글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단풍과 궁합 맞는 렌즈 고르기

DSLR의 생명은 흔히 '렌즈'라고 한다. 그만큼 렌즈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카메라를 살 때 일반적으로 구입하는 표준 화각의 기본 렌즈로도 사진을 찍는데 큰 무리는 없다. 그러나 단풍의 미세한 결 등을 잡아내는 근접촬영 때에는 망원렌즈를 써야 제격이다. 형형색색의 단풍이나 산등성이를 휘감고 있는 억새밭의 장관을 멀리서 잡아내려면 광각렌즈가 알맞다.

캐논 'EF-S 18-55㎜ f/3.5-5.6 Ⅱ USM' 렌즈는 광각에서 준 망원을 지원한다. 풍경과 인물 사진 등에 폭넓게 쓸 수 있는 제품이다. 니콘 'AF-S DX VR Zoom Nikkor ED 18-200㎜ F3.5-5.6G' 렌즈는 18㎜ 광각에서 200㎜ 망원까지 지원하는 다목적 렌즈다. 약 11배의 고배율 줌 렌즈여서 단풍잎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찍을 때 좋다. 올림푸스 'ZUIKO Digital 25㎜ f2.8' 렌즈는 단풍과 인물을 함께 찍기에 적합하다. 조리개 수치도 f/2.8로 밝은 편이어서 배경을 흐릿하게 찍는 아웃포커싱 촬영도 가능하다.

◆단풍사진 잘 찍는 요령

카메라 기술 중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느낌을 담기에 좋은 것이 바로 빛의 활용이다. 조리개로 들어오는 빛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진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풍잎을 찍을 때 역광 촬영을 하면 투명하고 산뜻한 느낌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역광촬영이 멋진 단풍 사진을 찍는 포인트다. 역광 상태에서 단풍과 인물을 함께 찍으면 인물이 어둡게 나오기 십상인데 이때는 플래시를 터뜨리면 된다. 단풍을 찍을 때 육안으로 볼 때보다 사진이 더 밝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노출보정(EV)기능을 활용,노출을 -0.3~-1.0 EV 정도로 어둡게 보정하면 실제에 가까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단풍잎을 찍을 때는 단풍나무나 가지를 찍기보다는 단풍잎 끝부분을 찍는 것도 요령이다. 단풍잎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빛과 어우러진 단풍잎의 강렬한 색감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어서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