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플랜 빠져 시장불안 해소엔 역부족

공동대책 마련 실패 … 크루그먼 교수 "C-점수"

'단호한 조치''사용 가능하고 필요한 모든 수단 동원'…. 선진 7개국(G7)과 20개국(G20)의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워싱턴에 모여 발표한 성명서에 담긴 내용들이다. 하지만 부분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서로 큰 원칙만 확인했지 공동의 세부적인 행동계획(액션플랜) 합의까진 이뤄내지 못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신흥국들이 요청한 G20 회의는 급작스럽게 성사되는 바람에 의제조차 정하지 않은 채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는 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주요 금융사 망하지 않게 한다"

G7,G20은 "긴급한 상황이어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주요 은행 등 금융회사는 망하게 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한 은행의 파산은 연쇄적인 파급효과와 또 다른 불안심리를 낳을 수 있어 파산 방지에 최대한 공조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미 정부가 158년 전통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를 파산시키기로 한 게 시장 불안감을 키웠다는 일각의 지적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민간 금융사의 부분 국유화 해법은 이번 회담의 '뜨거운 감자'였다. 영국에 이어 미국과 독일이 여기에 가세함으로써 어느 정도 합의를 이끌어냈다. 미국과 독일은 당초 금융사 부분 국유화에 반대했다가 찬성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물론 민간자본까지 유치해 금융회사를 부분 국유화키로 한 것은 시장에 신뢰를 심어주고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기업과 가계에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조치로 해석된다. 금융권의 재무제표를 건전화시키면 기업.가계 대출 경색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금자 보호를 재확인한 조치도 정부 신뢰를 강조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주택저당채권(MBS) 등 증권화 시장을 회복시키고 이들 증권의 투명한 공시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로 한 것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주택시장 회복을 겨냥했다.



◆한계는 여전

이날 G7에서 각국이 가장 고민한 부분은 영국이 제안한 은행 간 거래 정부 지급보증 여부다. 자국 내에서 은행 간 대출을 정부가 지급 보장키로 결정한 영국은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선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미국도 여기에 호응했으나 프랑스와 독일이 반대하면서 버린 카드가 돼버렸다. 이에 따라 주변국이나 심지어 미국 쪽 자금들이 영국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배리 아이셴그린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는 "영국이 유럽과 미국의 예금들을 모두 빨아들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부작용 우려로 각국이 상황을 봐가면서 영국의 지급보증 전례를 따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은행 간 대출 보장은 자금시장의 경색을 해소하는 주요한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시장이 가장 기대했던 사항이다. 정부 보증을 통해 은행들이 서로 믿고,안심하고 대출을 해줘야 기업들과 가계를 향한 대출문도 열리게 되기 때문이다.

G20 회의도 실망이 적지 않았다. 금융감독.규제개선.소액 예금자 보호에서 각국이 정책 공조를 펴기로 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원론 수준을 넘지 못한 G7 회담은 낙제이며 잘해봐야 'C-' 점수를 받을 것 같다"고 혹평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은 이번 G7 성명에 대해 매우 실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