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핵검증 합의에서 북ㆍ미의 이해득실은 어떨까.

북한은 애초 비핵화 2단계인 핵불능화 과정을 이행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에 그 과정으로 복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미국은 굳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지렛대가 되는 테러지원국 해제카드를 포기할 필요는 없었다. 결국 북한이 얻은 게 훨씬 큰 협상이었다는 결론이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내년 1월로 끝나는 임기 내 북한의 핵불능화라는 2단계 목표달성의 동력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이번 핵검증 합의를 나쁘지 않은 결과로 판단하는 듯하다. 대선을 20여일 앞둔 시점의 부시 대통령 입장에서는 일단 6자 회담 판이 깨지는 것을 막으면서 구색을 갖춘 핵검증 합의를 도출해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벼랑 끝 외교를 구사하는 데 끌려가다가 테러지원국 해제카드를 일찌감치 써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미신고 시설에 대해서는 북한의 동의를 얻어야만 검증이 가능하도록 합의해 줌으로써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반면 북한은 특유의 살라미 전술(단계를 잘게 쪼개서 이익을 추구하는 전술)을 동원해 자신들이 목표했던 최대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히 테러지원국 해제는 20년9개월 만에 오명을 벗는다는 상징적 의미 하나만으로도 북한에는 남는 장사다. 테러지원국 해제로 북한은 미국 정부의 무기수출통제법,수출관리법,국제금융기관법,대외원조법,적성국교역법등 5개 법률에 의거한 그동안의 제재에서 벗어나게 됐다.

특히 국제금융기관법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구가 테러지원국에 차관 제공이나 지원을 위해 해당 국제기구의 자금을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북한은 이 조항에서 벗어나게 돼 국제차관 등 급한 자금의 수혈은 물론 장기적으로 식량난과 같은 현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긴장국면 해소로 남북 경협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물자 수출 통제 규정의 완화로 개성공단 등 북한지역에 대한 남한의 설비 반출이 종전보다 쉬워지는 만큼 경제 분야의 활성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부시 정부는 북핵 진전이라는 외교적 성과가 필요했고 북한도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해 새 정부와 협상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