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국내에서 은행권으로 자금이 많이 이동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연구원 김영도 연구위원은 12일 '금융권역별 자금 이동 현황과 특징'이란 보고서에서 "최근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더 뚜렷해지면서 은행권으로 자금 이동이 크게 늘고 있다"며 "이는 은행의 유동성 확보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은행의 정기예금은 월 평균 4조7천억 원 늘어 지난해의 월 평균 증가액 1조원을 크게 웃돌았다.

올해 1월 한시적 특판예금으로 20조3천억 원이 불어난 은행권의 정기예금은 5월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해 9월 말 잔액이 316조6천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시입출식 예금 잔액(요구불 예금 제외)도 유동성 선호 현상에 따라 9월 말 현재 173조5천억 원으로 2006년 12월 말 179조3천억 원 이후 월별 잔액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기 부동자금과 증시 주변자금은 전반적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잔액이 감소하고 있다.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9월 들어 12조9천억 원이나 감소했고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8월 말 32조2천억 원을 기록한 뒤 9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객예탁금은 작년 중반 정점을 찍고 나서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고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주식형 펀드 잔액도 8월 말 144조1천억 원으로 최고점에 오른 뒤 9월 중 1조1천억 원이 줄었다.

김 연구위원은 "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며 "은행들은 급격한 대출자산 축소와 같은 초단기 유동성 확보책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출 정책을 서서히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