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원 만들기' 하루 3시간 선잠

지난 9일 오전 8시 여의도 의원회관 앞.전날 밤새워 복사한 국정감사 보도자료 200부를 차에 실으려니 팔이 아팠다. 나성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한나라당)의 일일 보좌관 체험은 이렇게 시작됐다.

국세청 국감장에서 만난 나 의원은 "잘해봅시다,정 보좌관"이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국세청 세무조사 현황 자료에 나온 통계를 비교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경제통인 나 의원은 소문난 완벽주의자다. 넉 달 넘게 보좌진이 준비해온 자료를 토대로 전날 밤 직접 질의문을 준비해온 것.밤샘을 한 김자혜 정책비서가 산더미같은 자료를 막판 점검하느라 정신이 없다.

국세청 자료 중 '2007년 체납자 출국규제 전년 대비 6.2배 급증''지난해 4174개 법인 세무조사 3조9000억원 세금 추징' 등 질의자료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다시 한번 살폈다.

오전 10시 국감이 시작됐다. 국세청장에게 세무조사 현황과 문제를 조목조목 질의하는 나 의원의 모습을 이명진 수행비서가 분주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이 비서관은 "국감장인 만큼 의원의 활동상을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좌관들 사이에서는 '국감 스타의원 만들기' 프로젝트가 화제였다. 초선의원의 경우 전국적인 스타가 되려면 보좌관들의 '삼퇴칠출(새벽 3시에 퇴근해 7시에 출근)이 기본'이다.

같은 당 김성식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마자 나 의원은 "김 의원이 말한 '5급 이상 공무원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를 조세연구원에서 빨리 입수해 분석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서둘러 휴대폰 문자로 의원회관에 이를 전달했다. 노트북과 전자수첩을 들고 다른 의원들의 질의까지 체크하다 잠시 휴게실에 들렀더니 며칠 밤을 새운 보좌진이 곳곳에서 선잠을 자고 있다.

오후 8시 국감을 끝내고 의원회관으로 돌아와 향후 일정인 서울지방국세청과 관세청 등에 대한 국감준비에 돌입했다. 관세청에 전화해 해외 여행객 현황 자료를 재촉하는 보좌관들의 목소리가 높아갔다.

어느새 밤 11시.함께 의원회관을 빠져나온 보좌관 이정씨는 "이렇게 해도 국감 끝나면 보좌진은 대거 물갈이될 것이라는 말이 많다"며 "어제는 새벽 2시에 퇴근했는데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라고 했다. 정치의 최전선에 선 보좌관의 생활은 확실히 역동적이지만 국감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정원하 인턴(한국외대) erica1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