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EU 금리인하 이후 '금통위 긴박했던 15시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9일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7명의 금통위원들은 평소 금통위가 열리기 하루 전,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집중토론을 가진 뒤 금리정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사실상 확정한다. 8일도 이런 절차를 평소와 다름없이 밟았다. 분위기를 살피던 한은 안팎의 관계자들 사이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절대적으로 우세했다.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은 8일 밤 8시.미국 유럽연합(EU) 등 전 세계 중앙은행이 공조체제를 구축해 기준금리를 동시다발적으로 인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금통위원들 사이에도 기류의 변화가 생겼다. 금통위원들은 밤 사이 휴대폰 등을 통해 서로 연락을 취하면서 '내일(9일) 금통위에서 지금까지 논의를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금통위원들은 세계 금융시장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9일 오전 9시.금통위 회의가 시작됐지만 평소와는 회의 방식이 달라졌다. 평소에는 금통위원들이 곧바로 대회의실에 모여 금리 정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한은 국장급 이상 집행부 간부들이 회의에 배석한다. 하지만 이날은 금통위원들이 별도로 모여 밤 사이 바뀐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공조가 이뤄진 배경,금리 인하 공조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증시가 밤 사이 폭락한 점,과연 금리를 내리면 효과가 있을 것인가 등에 대해 금통위원들 간에 대화가 오갔다. 그 사이 전날 주요 선진국 은행들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9일 아침 대만과 홍콩도 기준금리 인하에 동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신용경색을 넘어 국내외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우리도 동참해야 한다'는 인식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금리 인하가 환율 급등과 재정거래 유인 감소에 따른 외국인의 채권매도 가능성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우리가 0.25%포인트만 인하하면 미국 등 다른 나라들(대부분 0.5%포인트 인하)보다 금리 인하폭이 작아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어느 정도 의견교환이 이뤄지자 금통위원들은 대회의실로 이동해 평상시처럼 한은 집행부 간부들이 배석한 가운데 금통위 회의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평소 오전 10시 정도면 발표되는 금리 결정 내용이 이날은 1시간 정도 더 늦춰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금융시장의 관심이 온통 금통위의 금리 결정에 집중됐다. 한은 기자실 내에서도 '전격 인하냐,동결이냐'를 두고 발표 직전까지 의견이 분분했다.
오전 11시.한은 기자실에 '금통위는 한은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5.25%에서 연 5.00%로 인하한다'는 장내방송이 흘러나왔다. 2005년 10월 이후 시작된 금리 인상 행진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전날 밤 8시부터 이날 아침 11시까지 긴박했던 15시간은 이렇게 흘러갔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