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된다' 너도나도 사들여
"일부 대기업 가세" 소문도

"정말 이래도 되는지…기업들이 앞다퉈 사재기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원ㆍ달러 환율이 1395.0원까지 올라 10년1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8일, 한 시중은행의 외환 딜러가 분통을 터뜨렸다.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투기적인 거래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달러 사재기'가 늘어나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원ㆍ달러 환율이 불과 나흘새 달러당 200원 넘게 올랐는데도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는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분위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환 딜러들은 "달러 매물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중소기업들 사이에는 달러 수요와 관계없이 '묻지마 달러 확보'에 나선 곳이 많다는 얘기와 함께 환율 급등으로 짭짤한 차익을 봤다는 소문이 적지 않게 흘러나온다. 은행에는 뭉칫달러를 확보해달라는 거래 기업의 요청이 잇따라 들어오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는 일부 대기업들마저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는 얘기까지 나돌면서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졌다. 개인들도 가세해 달러 사재기가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달러를 사재기하는 기업과 개인이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지금은 일방적인 달러 매수 분위기가 팽배해 '묻지마식'으로 달러를 사두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속도처럼 급락할 가능성이 많다"며 "대기업들이 수출대금 매도를 계속 미루다가는 상당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대기업이 수출 대금을 계속 움켜쥐고 있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나라 전체에 안좋고 기업들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업들을 만나서 달러매도를 늦추는 것을 시정해 달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외환딜링과 관련한 불법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금융감독당국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최 국장은 덧붙였다.

유승호/김인식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