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반발로 초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일제고사)'가 일부 파행을 겪은 데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원 노조가 '시험거부는 교육포기'라며 전교조를 강하게 비난했다. 일제고사 실시 여부를 둘러싸고 교원 노조 간 비난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제고사는 8일 전국 5756개 초등학교에서 동시에 실시됐으나 이를 반대하는 전교조 시민단체 등이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하는 바람에 일부 파행을 겪었다. 이날 시험은 1교시 읽기,2교시 쓰기,3교시 기초수학 등 3개 영역으로 치러졌으며 응시 대상 학생 수는 모두 59만8524명이다. 초등학생들의 기초 학력수준 등을 측정하는 이 시험은 지난해까지 전국 초등 3학년생 가운데 3%만을 표집해 실시했으나 올해부터 모든 초등 3년생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표집이 아닌 전수 방식으로 학력평가가 실시되기는 1998년 이후 10년 만이다.

그러나 전교조 서울지부와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6개 단체가 서울지역 160여명의 초등학생 및 학부모들과 함께 경기 포천의 한 식물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벌이는 등 전국에서 시험거부가 잇따랐다. 이들은 "일제고사는 전국 학교를 줄 세워 초등생의 학습부담을 가중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현지에서 자연탐구 활동을 벌였다.

전교조는 이날 오전 정부중앙청사 정문 앞에서 '일제고사 강행ㆍ교원정원 동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를 중단하고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으로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교총은 '평가 거부는 교육포기 행위'라는 성명서를 내고 "평가는 헌법 제31조에 규정된 교육받을 권리의 핵심"이라며 "기존 3∼5% 표집평가 방식이 전체평가 방식으로 전환된 것에 대해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라는) 공식 명칭을 외면한 채 '일제고사'란 부정적 용어를 사용해 평가 취지를 퇴색시켰다"고 비판했다.

대경자유교원조합 등 대구ㆍ경북지역 4개 교육단체도 성명을 내고 "전교조가 기초학력진단평가를 방해하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평준화 교육의 틀을 깨지 않겠다는 몸부림"이라고 비난했다.

교과부는 "학교 측의 승인을 받지 않고 현장체험학습에 나서 결석 처리된 학생은 서울 8개교 10명과 대전 1개교 1명 등 11명에 불과하며 체험학습을 떠난 나머지는 평가를 받지 않는 1∼2,4∼6학년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질병 등 기타사유를 내세워 이날 결석한 전국 1626명 가운데는 시험을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떠난 학생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