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떤 카드를 뽑을까. '

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각계에서 통화정책 완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호주 중앙은행이 지난 7일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린 데 이어 미국이 8일 밤 연방기금 금리를 전격 인하함에 따라 한은도 경기침체를 막고 유동성 공급을 늘리기 위해 '뭔가 대책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금리 인하?

한은이 통화정책 완화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강력한 카드는 기준금리 (현재 연 5.25%)인하.하지만 한은의 분위기는 '지금 당장은 어렵다'는 것이다. 물가 불안이 여전한데다 환율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환율 폭등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 두 달 만에 금리인하를 거론하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각국 중앙은행의 '릴레이 금리인하'에 대해서도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판단이다. 미국 유럽 등은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될 정도지만 우리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한은이 이번에는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만 언급한 뒤 실제 '액션'은 나중에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맥쿼리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은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재 금융시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한은이 '전격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른 대안?

기준금리 외에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한은은 부정적인 분위기다. 지준율을 내려봤자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준율은 은행의 원화 유동성이 부족할 때 쓰는 정책인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며 "지준율을 내리면 은행이 한은이 무이자로 예치해야 하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은행의 수익성만 높아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가능성있게 검토되는 대안은 중소기업에 대한 저금리 대출인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도 최근 한은에 총액한도대출 한도 확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한은 관계자는 "일부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런 기업들을 타깃으로 한 총액한도대출 한도 확대는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입이 잔뜩 나왔다. 금융위기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고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는데 '중앙은행이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손을 놓고 있다'는 불만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 용어풀이 ]

지급준비율=은행이 전체 예금 중 고객의 요구에 언제든 지급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비율.지준율이 내려가면 시중 유동성이 확대된다.

총액한도대출=은행의 중소기업대출 확대 및 지역간 균형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금융.현재 중소기업에 대한 저금리 대출자금은 6조5000억원이 한도로 책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