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 유흥식 주교 "콩 한쪽도 나눠먹던 순교자 삶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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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회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첫머리에 내포(內浦)교회가 있다. 내포교회란 서산,아산,당진,홍성,예산,청양 등 내포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한 천주교를 통칭하는 말.'내포의 사도'로 불리는 이존창(1759∼1801년)이 1785년 서울에서 세례를 받고 충청도 일대에 천주교를 전한 이후 최초 사제인 김대건ㆍ최양업 신부가 이 지역에서 나왔고,당시 전국 최대의 교세를 형성하며 한국 천주교의 못자리 역할을 했다.
이런 내포교회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한 천주교 대전교구가 올해로 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았다. 해방 후 혼란기였던 1948년 서울대목구에서 분리돼 대전지목구로 설정됐던 것.
오는 12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교구설정 60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하는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57)는 "내포교회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찬사는 장한 선조들이 받을 인사"라며 "모진 박해 속에서도 신앙과 삶이 일치했던 그 분들의 순교정신을 기억하고 본받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전교구가 60주년 행사의 주제로 '기억하여 행하여라'로 정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유 주교는 "유교가 지배했던 조선 사회에서 그 분들의 신앙이 실제 삶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교세가 늘었겠느냐"며 콩 한 쪽도 나눠 먹던 순교자들의 삶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교구가 60주년을 기념해 지난 2월부터 솔뫼ㆍ해미ㆍ신리공소ㆍ공세리성당 등의 성지를 8개 코스로 개발해 실시한 여덟 차례의 도보성지순례에 1만2000여명의 신자들이 동참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도보순례에는 적게는 800여명,많을 땐 4000여명이 참가했고 유 주교도 전 과정을 함께 했다.
"걸으면서 순교자들의 삶과 마음,정신을 체험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옆사람과 보조를 맞추고 배려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체험하거든요. 우리네 삶이 순례 아닙니까. 특히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성지에서 드리는 미사와 고백성사는 요즘처럼 쌓이고 맺힌 게 많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일입니다. "
교구설정 후 60년간의 변화에 대해 유 주교는 "1970년대 이후의 반독재 민주화 및 인권운동을 통해 변화를 겪었고,1984년 103위 순교성인 시성과 한국천주교 200주년을 기해 사회를 향한 봉사를 더 많이 하게 됐다"며 "교인이 국민의 10%를 차지한 지금 천주교가 뿌리를 제대로 내리려면 진정한 의미의 봉사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세 성장이나 교회의 확대보다 이웃을 위한 나눔과 헌신을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유 주교는 "60주년 기념사업으로 하루 세 번 끼니마다 100원을 굶주리는 이웃에게 내놓는 '한끼 100원 나눔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지금까지 4억5000만원이 모였다"며 "그 중 4억원으로 천안에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전교구는 이 운동을 '한마음한몸운동'처럼 교구 내 이웃은 물론 외국까지 도울 수 있는 사랑실천기구로 만들 계획이다.
최근의 종교 편향으로 인한 논란에 대해서는 "없었으면 좋았을 일인데 현 정부 들어서 일부 공직자들이 지혜롭지 못한 말을 한 것이 사실"이라며 "종교인은 구체적인 행동을 실천해야지 말로만 분열과 싸움만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 "한때 '사오정'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은 듣는 데 약한 우리 사회의 약점을 드러낸 것 아니겠느냐"며 "사람은 누구나 존엄하므로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그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 논산 출신인 유 주교는 로마 교황청이 세운 라테란대에 유학해 그곳에서 사제품과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 주교로 서품돼 부교구장을 거쳐 2005년 4월부터 교구장을 맡고 있다.
대전=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이런 내포교회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한 천주교 대전교구가 올해로 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았다. 해방 후 혼란기였던 1948년 서울대목구에서 분리돼 대전지목구로 설정됐던 것.
오는 12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교구설정 60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하는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57)는 "내포교회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찬사는 장한 선조들이 받을 인사"라며 "모진 박해 속에서도 신앙과 삶이 일치했던 그 분들의 순교정신을 기억하고 본받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전교구가 60주년 행사의 주제로 '기억하여 행하여라'로 정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유 주교는 "유교가 지배했던 조선 사회에서 그 분들의 신앙이 실제 삶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교세가 늘었겠느냐"며 콩 한 쪽도 나눠 먹던 순교자들의 삶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교구가 60주년을 기념해 지난 2월부터 솔뫼ㆍ해미ㆍ신리공소ㆍ공세리성당 등의 성지를 8개 코스로 개발해 실시한 여덟 차례의 도보성지순례에 1만2000여명의 신자들이 동참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도보순례에는 적게는 800여명,많을 땐 4000여명이 참가했고 유 주교도 전 과정을 함께 했다.
"걸으면서 순교자들의 삶과 마음,정신을 체험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옆사람과 보조를 맞추고 배려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체험하거든요. 우리네 삶이 순례 아닙니까. 특히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성지에서 드리는 미사와 고백성사는 요즘처럼 쌓이고 맺힌 게 많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일입니다. "
교구설정 후 60년간의 변화에 대해 유 주교는 "1970년대 이후의 반독재 민주화 및 인권운동을 통해 변화를 겪었고,1984년 103위 순교성인 시성과 한국천주교 200주년을 기해 사회를 향한 봉사를 더 많이 하게 됐다"며 "교인이 국민의 10%를 차지한 지금 천주교가 뿌리를 제대로 내리려면 진정한 의미의 봉사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세 성장이나 교회의 확대보다 이웃을 위한 나눔과 헌신을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유 주교는 "60주년 기념사업으로 하루 세 번 끼니마다 100원을 굶주리는 이웃에게 내놓는 '한끼 100원 나눔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지금까지 4억5000만원이 모였다"며 "그 중 4억원으로 천안에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전교구는 이 운동을 '한마음한몸운동'처럼 교구 내 이웃은 물론 외국까지 도울 수 있는 사랑실천기구로 만들 계획이다.
최근의 종교 편향으로 인한 논란에 대해서는 "없었으면 좋았을 일인데 현 정부 들어서 일부 공직자들이 지혜롭지 못한 말을 한 것이 사실"이라며 "종교인은 구체적인 행동을 실천해야지 말로만 분열과 싸움만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 "한때 '사오정'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은 듣는 데 약한 우리 사회의 약점을 드러낸 것 아니겠느냐"며 "사람은 누구나 존엄하므로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그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 논산 출신인 유 주교는 로마 교황청이 세운 라테란대에 유학해 그곳에서 사제품과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 주교로 서품돼 부교구장을 거쳐 2005년 4월부터 교구장을 맡고 있다.
대전=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